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철도 제방을 보면서 저는 한반도를 연상합니다. 선을 하나 그었을 뿐인데, 호수는 둘로 갈라졌고 물의 성질은 달라졌으며 색깔마저 달라졌지요.

사람들은 그 색의 차이를 보고 쉽게 말합니다. “이제는 너무 달라졌다”, “섞일 수 없다”라고. 그러나 우리는 알지요, 다름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것을. 교류를 막자 차이가 커졌고, 왕래를 끊자 오해가 굳어졌으며, 대화를 차단하자 적대가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굳이 과학적으로 설명을 해보면 파란 면은 세 개의 다른 강줄기가 만나 신선한 물이 섞이면서, 염분이 매우 낮아 푸른색을 띕니다. 분홍색 면은 바다의 10배에 달하는 염분 농도를 가지고 있고, 소금을 좋아하는 유기체가 분홍색을 냅니다. 유별난 동물성 플랑크톤 덕분이지요.

이와 같이 남북의 문제는 이념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의 문제이지요. 시민운동에 참여하여 확인해 온 사실이 하나 있다면 사람은 만나면 생각이 달라지고, 오가면 긴장이 낮아지며, 알게 되면 증오는 힘을 잃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한반도에는 만나지 못하도록 설계된 구조가 있고, 오가지 못하게 만든 울타리가 있으며, 알지 못하게 유지되는 체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분단을 간단하게 ‘현실’이라 부르고, 평화를 ‘이상’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현실이란 계속 선택된 것의 누적일 뿐입니다.

평화는 선언으로 오지 않지요. 흐름을 열 때 시작됩니다. 인도적 교류, 문화 교류, 사람의 왕래, 작은 협력과 반복되는 접촉. 이것들은 느리고, 눈에 잘 띄지 않으나 언젠가는 반드시 온다는 것입니다.

한반도는 원래 하나의 땅이었습니다. 같은 산줄기로 이어졌고, 같은 물이 흘렀으며, 사람들은 왕래했고, 만남의 장터는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갈라진 색을 근거로 분단을 정당화할 것인지 아니면 흐름을 회복해 다시 하나의 물로 돌아갈 것인지. 솔트레이크의 물이 붉어진 것은 자연이 극단적이어서가 아닙니다. 인간이 흐름을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시민운동은 거창한 답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질문을 포기하지 않도록 부탁하는 일이겠지요. ‘우리는 왜 남북으로 갈라졌나요?’

문정기
도곡면 천암리 출생
화순저널 고문
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