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삶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갑자기 흔들립니다. 조용히 흘러가던 하루가 단숨에 뒤집히고, 평온했던 마음이 이유 없이 요동치며,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마저 낯설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어느 실험에서 확인한 결과, 빨간 개미와 검정 개미를 한 병에 넣어두면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낸다고 합니다. 서로에게 관심도 없고, 다투지도 않지요. 그러다 한 번, 누군가가 그 병을 세게 흔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혼란에 빠진 개미들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웃을 적으로 오해하고, 서로를 향해 온 힘을 다해 맞서 싸웁니다.

하지만 그들의 진짜 적은 서로가 아닙니다. 그 병을 흔든 존재입니다. 보이지도, 설명되지도 않는 어떤 외부의 충격. 생각해보면 사람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삶이 흔들릴 때,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거나, 마음의 방향을 잃은 채 감정의 칼끝을 가까운 곳으로 겨누기도 합니다. 정작 우리를 흔든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삶의 무게, 오래된 상처, 말하지 못한 불안, 혹은 설명되지 않는 어떤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멈춰 묻곤 합니다. “지금 내가 바라보는 적은 정말 ‘그 사람’일까? 아니면 흔들린 마음이 만들어낸 그림자일까?”

우리는 모두 언젠가 누군가의 병 속에서 흔들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빠르게 판단하지 말고, 너무 쉽게 상처 주지 말고, 가까운 사람을 적으로 세우기 전에 잠시 눈을 감고 흔들림의 원인을 찾아봅시다. 그것만으로도 관계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문정기
도곡면 천암리 출생
화순저널 고문
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