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로저 페더러 선수와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 선수는 역사상 최고의 퍼포먼스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남자테니스 단식 경기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2000년대 테니스 스타다. 이들의 이름은 최근 발견된 새로운 곤충의 이름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태국의 한 교수팀은 위대한 두 선수를 존경하는 뜻으로 태국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신종 말벌 2종에 그들의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2종의 벌은 모두 기생말벌(Parasitoid Wasp)로, 보통 곤충의 몸속에 알을 낳아 부화한 뒤에는 숙주의 몸을 먹고 자라는 몸길이 6mm의 작은 말벌이다.

이외에도 신종 말벌의 이름에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전 배우자인 브래드 피트의 이름을 붙인 경우도 있다. 이는 불륜관계에 있던 남편의 이름을 기생 말벌에 붙여 해충(?) 제거의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두고 비롯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2007년 제주도 한라산에서 신종 하늘소와 신종 나방이 발견됐고, 국립공원 오대산에서 총 19종(신종 3종, 국내 미기록종 16종)의 곤충이 발견되기도 했다. 전남 신안에서도 국내 미기록종인 호랑하늘소와 유리나방이, 2002년과 2023년에는 곡식좀나방 외 신종 곤충 2종이 발견됐고, 2012년 진도군에서는 주로 외딴섬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진 멸종위기종 물장군이 발견됐다.

한국에는 총 3천 3백여 개의 유·무인도가 있고,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앞으로도 희귀 동식물과 미기록종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신종 곤충이나 동식물의 발견은 세심한 관찰의 결과에서 비롯되지만, ‘대형 동식물과 곤충은 대부분 발견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소형 또는 초소형 생물에서 희귀종이 발견될 확률이 높다.’라는 일본 전문가의 권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희귀생물 보호는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생물 다양성의 보존, 멸종위기종의 보호 및 복원, 유전자의 보존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희귀생물은 개체수도 적고 생존에 필요한 특정 환경조건에 의지하기 때문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멸종위기의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조직배양이 필수적이다.

한편 유전적인 보존방법은 미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새 품종 개발, 생산 증대, 멸종위기 생물의 보호를 위한 기술개발 등을 적극 활용해야 미래세대를 위한 길이 될 것이다.

새로운 신종 생물의 발견과 기존생물의 멸종이라는 기로에 서 있는 지구는 이제 경고단계를 넘어 현실로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 최근 제주도 연안을 생활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국제 보호종, ‘남방큰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계속 회생시키려 돌보는 장면과, 폐그물을 몸에 휘감고 유영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포착됐다.

2008년 124마리, 2012년 104마리, 현재는 120마리가 생존해 있다고 알려진 남방큰돌고래는 출산율이 거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는데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폐어구와 폐플라스틱 등으로 오염된 제주도의 바다, 그리고 2010년 탐라 해상풍력 발전소 건설이 시작된 이래 풍력발전기의 저주파 소음이 돌고래에게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원인으로 지난 1년간 10여 마리의 새끼 돌고래가 죽은 것으로 조사됐다.

생존과 멸종의 갈림길에 선 자연생태계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신이 아닌 인간이다. 희귀생물의 발견도 중요하지만, 있는 것을 지키려는 보존방식이 더 고귀하다. 지구는 현재 살고 있는 희귀생물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전에 사라질지도 모를 운명에 처해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