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레예프의 다리(Nureyev's legs)란 말이 있습니다.

러시아 발레의 발레리노 누레예프는 감히 누구도 그를 추종할 댄서가 없는 지극한 사람이었지요. 오죽하면 그 유명한 영국의 록 가수 프레디 머큐리가 ‘난 전설이 될 것이다. 나는 록 계의 누레예프가 될 것이다’라고 다짐했을 정도니까요. 지금은 그 이름만으로도 특출한 다리 근육과 선, 기술적 완성도를 가리키는 표상이 되었습니다. 단순한 신체적 특징을 넘어, 그가 발레에 끼친 미학적, 기술적 혁신을 상징적으로 압축한 단어입니다.

우선 근육 구조와 아름다운 선을 볼까요? 그의 다리는 근육이 잘 발달했으면서도 유연하고 길어 보이는 라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종아리와 허벅지의 비율, 발목의 유연성, 발끝의 포인트 등이 극히 이상적인 발레 신체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다리를 “조각처럼 완벽한 미학”이라 칭했지요.

그의 폭발적 점프와 정밀한 착지 능력은 다리 힘과 테크닉 모두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생물학적 다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에 가까운 무용의 표현력과 남성 발레의 진화를 의미하는 메타포입니다. 과연 그의 다리는 “20세기 발레의 조형적 기준”이 되었지요.

또 근래 들어 남성 무용수의 신체적 미학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한몫했습니다. 1960년대까지 남성 무용수는 여성 무용수의 파트너 역할에 집중되었으나, 누레예프는 남성 무용수도 독립적인 예술적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많은 전설적인 사진작가들이 누레예프의 다리를 클로즈업한 사진을 남겼으며, 그중 일부는 발레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로 꼽힙니다. 그의 다리는 신체적 아름다움의 상징, 육체적 힘과 유연성의 조화, 남성 무용수의 자부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영화로 만들 만큼 파란만장했지요. 마치 그의 다리를 보는 것처럼. 누레예프는 발레에서는 천재성을 발휘해 발레에서의 성공은 이루어냈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괴팍하고 자유분방한 그의 성격만큼이나 큰 굴곡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누레예프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하얀 까마귀 The White Crow, 2018>라고 합니다. 평범하지 않은 기인이란 뜻이지요.

문정기
도곡면 천암리 출생
화순저널 고문
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