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오는 8월까지 유예 결정을 내렸다. 철강, 배터리, 전기차 부품 등이 주요 대상이지만, 이 문제는 결코 대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국제 통상 환경의 변화는 지방과 농촌, 더 나아가 우리 지역 화순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실용과 국익을 앞세운 실리 외교를 기조로,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차분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과의 전략적 거리 두기, 그리고 자국 내 생산시설 유치를 통한 고용과 세수 확대다. 한국은 이에 맞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대한 대미 직접 투자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관세 정책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고율 관세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심화시킬 수 있다. 미국 역시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균형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화순과 같은 농촌 지역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화순은 쌀, 복숭아, 파프리카, 고추 등 농산물이 주력인 전형적인 농업 지역이다. 일부 약용작물과 기능성 품목도 생산되지만, 대부분은 내수 시장에 머물러 있다.

최근 백신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산업이 조성되고 있으나, 수출 산업으로 성장하기에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관세가 화순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는 않더라도, 그 여파는 정부 예산과 산업 정책을 통해 지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수출 산업의 둔화와 국가 재정 부담 증가는 곧 지방 지원 예산과 농업 투자 사업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외교 문제로 시작된 충격이 결국 지역의 삶을 흔들 수 있는 이유다.

이제 이 문제는 외교·통상 전문가만의 영역을 넘어선다.

세계 경제는 이미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흐름의 끝은 농촌과 지방 산업의 뿌리까지 이어진다.

이재명 정부는 현재 실리 외교의 원칙을 유지하며, 냉정하고 유연하게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가 대기업 수출 회복에만 머무르지 않고, 농촌과 지방에도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하고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하다.

세계 질서가 흔들리면 지역의 미래도 흔들린다.

관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우리 삶을 움직이는 변수이며, 지역이 글로벌 흐름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작은 지역도 세계를 바라보고, 국가의 외교 방향과 경제 정책을 자기 삶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관세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되기를 바란다.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