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생원(鼠生員)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쥐를 의인화하여 속되게 부르는 말’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삼국시대부터는 쥐처럼 지혜롭고 참을성 있는 선비를 일컬어 서생원이라 했다고 전한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유생(儒生)을 풍자적으로 쥐에 빗대어 부르는 말로 사용되었다.

그 까닭은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는 서생의 모습과, 은밀히 숨어 다니며 먹이를 먹는 쥐의 습성이 유사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책을 갉아먹는 쥐의 습성과 책을 거듭 읽는 서생의 모습을 겹쳐 풍자적으로 표현한 점도 있었다. 불결하고 더러운 곳에 사는 쥐를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선조들은 우회적이고 희화적인 방식으로 의인화하였다. 판소리나 고전소설에서도 쥐를 조롱하기보다는 모순적이고 유머러스하게 간접 표현하여, 서민들의 삶 속 끈질긴 인내력을 드러내고자 했다.

쥐를 뜻하는 글자 ‘서(鼠)’는 윗부분이 쥐의 머리와 이빨을 본뜬 모양이며, 아랫부분은 발가락·배·꼬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쥐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표현할 때, 사람인(人)자를 ‘서(鼠)’ 속에 넣어 사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임금 앞에서 아첨하며 해악을 끼치는 간신(奸臣)을 가리켜 ‘인간 쥐(鼠)’라 비유하기도 했다.

원래 인간과 쥐는 본래 적대적 관계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쥐가 농작물과 저장 곡식을 갉아먹고 음식물을 훔쳐 먹었으며, 심지어 닭이나 병아리를 잡아먹기도 했다. 더 나아가 페스트, 발진티푸스 등 치명적인 전염병을 퍼뜨리면서 사람들의 원수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 같은 천적을 길러 쥐로부터 농작물을 지키려 했다.

쥐는 신진대사가 워낙 빨라 체구의 약 20%를 매일 먹어치우며, 추운 날씨에는 몸무게의 2~3배에 달하는 양까지 먹는다. 이런 습성 탓에 10시간 이상 굶게 되면 더 좋은 자리를 찾아 이동한다고 한다. 교활하면서도 재빠른 쥐는 뛰어다니며 찍찍 소리를 내어, 시골에서는 밤잠을 설치게 하기도 했다. 나는 늘 ‘이놈은 왜 이렇게 부지런히 돌아다닐까?’ 궁금했는데, 우연히 함흥 무녀 김쌍돌의 창세신화 이야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미륵이 천지창조 후 불 피우는 법을 몰라 동물들을 잡아 무릎을 치며 비밀을 캐내던 중, 쥐를 붙잡아 추궁하자 쥐가 “불의 근본은 돌과 쇠의 마찰”이라며 부싯돌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 대가로 쥐는 창고를 드나들며 뒤주를 차지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인류의 생존은 인간 스스로의 절제와 관리에 달려 있다. 쥐는 적응력이 뛰어나 태고부터 현재까지 멸종을 피하며 살아남았고, 지금도 자연계에서 상위 포식자들의 중요한 먹잇감이 된다. 또한 번식력도 대단하여 암컷 한 마리가 6개월 동안 20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이런 이유로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곡물 피해를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쥐잡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쥐는 유기물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분해자’ 역할을 하여 자연계의 순환에 기여한다. 따라서 개체 수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인간이 절약과 관리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쥐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대체 관리 방안도 필요하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를 철저히 처리하고, 남은 음식은 반드시 밀폐 용기에 보관해 쥐의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 또한 청소와 점검을 통해 서식 가능성을 줄이는 노력이 요구된다.

결국 인류는 쥐가 지구상의 지배자가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책무를 안고 있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