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공단은 2025년 식목일을 맞아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가 상대적으로 뛰어난 국립공원 자생수목 10종을 선정했다.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가 뛰어난 자생수목 10종은 상수리나무·물박달나무·소나무·졸참나무·들메나무·갈참나무·곰솔·떡갈나무·가래나무·굴참나무다. 이 가운데 연평균 탄소 흡수량이 가장 높은 수목은 상수리나무로, 그 수치는 30.12kg-CO₂/그루에 달한다.

이처럼 상수리나무는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역할을 하는 수종일 뿐만 아니라, 과거 흉년과 기근 시기에 가난한 이들의 굶주림을 덜어주는 구황식물로도 활용됐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도토리 열매(橡實)에 관한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중종 37년, 사간(司諫) 김서성(金瑞星)은 다음과 같이 임금께 아뢰었다.

“전라도는 지난봄과 여름에 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는데 가을 곡식이 또 여물지 않았으니, 지금은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내년 봄이나 여름에는 모두 죽어 구렁에 나뒹굴 것이 틀림없습니다. 백성들이 산에 올라가 막을 치고 거처하면서 도토리 열매를 주워 연명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매우 불쌍합니다.”

이 기록은 도토리 열매가 생존을 위한 마지막 희망이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다. 상수리나무는 오늘날에도 생태적 가치뿐 아니라 역사적·인문학적 의미를 지닌 수종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상수리나무’라는 이름은 한자어‘상실(橡實)’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접미사‘-이’와‘나무’가 결합하면서‘상실이나무’라는 형태가 만들어졌고, 이후 음운 변화 과정을 거쳐‘상실이나무 → 샹수리나무 → 상수리나무’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화순군 도암면 용강리 마을 앞에는 밭으로 둘러싸인 1,451㎡ 규모의 국유지에 마을 주민들이 가꾼 비보(裨補) 숲이 조성되어 있다. 이 숲에는 수령 120년, 가슴 높이 둘레 2.4m에 달하는 상수리나무가 자라고 있다. 2001년 화순군 보호수로 지정된 이 나무는 마을 주민이 작대기를 만들기 위해 베려다 나무가 너무 커서 살려 둔 사연을 지니고 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마을을 지키는 상징적인 생명체로 자리하고 있으며, 자연과 사람의 공존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례로 남아 있다.

용강리(龍江理)는 한국 불교의 신비로움과 풍수 사상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이다. 마을 아래쪽에는 하룡마을, 위쪽에는 상룡마을이 자리하고 있으며, 가래나무 열매를 닮은 지형에서 이름을 딴 추동(楸洞)마을도 인근에 있다. 또한, 천불천탑의 많은 석공들이 숙식을 해결하며 연장을 만들고 수리하던 장소가 시간이 흐르며 중장터로 변모했고, 이 모든 공간을 운주사가 품고 있다.

오래전 하룡마을에서 큰 피해를 낸 화재가 세 차례나 발생한 적이 있었다. 따라서 화기를 누르고 마을의 기운을 안정시키기 위해 비보 숲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면 외부의 나쁜 기운을 차단하고, 마을 내부의 기운을 안정시키는 풍수적 효과가 있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이 숲은 풍수적 기능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경관을 아름답게 하며, 공동체의 정서적 안정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김일호
산림치유지도사
숲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