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는 채식을 즐겨하던 광해군의 입맛에 맞춰 이충이라는 자가 진상하면서 광해군의 입맛을 사로잡고 총애를 얻은 이후부터 널리 알려졌는데,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다고 하여 잡(雜, 섞을 잡), 채소를 주로 넣는다고 하여 채(菜, 채소 채)를 써서 잡채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재료가 무엇인가에 따라 잡채의 이름이 바뀌는데, 당면이 주재료로 들어가면 당면잡채, 떡이 주재료로 들어가면 떡잡채, 고기가 많이 들어가면 고기잡채가 된다. 국내 오래된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 소개된 잡채는 여러 가지 채소를 채썰어 볶아 그릇에 담고, 꿩고기로 육수를 낸 국물에 된장을 걸러 조금 넣은 뒤 걸쭉한 밀가루 풀을 뿌리고 후추, 생강가루를 넣어 맛을 낸다고 한다.

우리 생활 속 잔치상에 꼭 올랐던 당면잡채는 임진왜란 후기에 들어와 널리 먹게 됐는데, 1919원 황해도 사리원에 당면공장이 세워지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으며, 조선 후기까지는 당면이 없었다고 한다.

오늘은 더덕을 주재료로 많이 넣은 더덕잡채를 만들어 보자. 더덕에 들어 있는 사포닌 성분과 각종 채소, 고기 속 비타민 등 영양소를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는 종합 영양식이다. 이 재료에 당면만 넣으면 당면 잡채가 되지만, 밥을 넣고 비비면 비빔밥이 되고, 월남쌈에 싸서 먹으면 월남쌈밥이 된다. 입맛에 맞게 다채롭게 활용해 보자.

세척해 준비한 재료들.

<재료 준비>
더덕 200g / 소고기 200g / 표고버섯 100g
당근 70g / 빨강, 노랑 파프리카 각 100g
시금치 400g / 새송이버섯 300g

<더덕 양념>
참치액젓 2큰술 / 간마늘 ½큰술 / 들기름 1큰술

<소고기, 표고버섯 양념>
간장 1작은술 / 설탕 ½작은술 / 간마늘 ½작은술
맛술 1작은술 / 후추 약간

<당근, 파프리카, 양파, 시금치, 새송이 양념>
참치액젓 1큰술 / 간마늘 ⅓큰술
들기름 ½큰술 / 참기름 ½큰술

준비된 재료들을 채썰어 미리 양념한다.

<재료 손질>
1. 더덕은 소금물에 30분 담가둔 뒤, 물기를 빼고 얇게 채썰어 둔다.
2. 양파, 빨강 파프리카, 노랑 파프리카는 채썰어 두고, 당근은 껍질을 제거한 뒤 씻어서 채썬다.
3. 소고기는 얇게 채썰어 양념에 재운다.
4. 표고버섯은 얇게 편을 뜬 뒤, 채썰어 양념에 재운다.
5. 새송이 버섯은 한 번 데친 뒤 잘게 채썰어 양념에 재운다.
6. 시금치는 한 번 데친 뒤, 소금과 마늘을 약간씩 넣어 무친다.

색이 연한 것부터 각각 볶아낸다.

<조리 방법> (색이 연한 재료부터 조리한다.)
1. 팬에 들기름과 참기름을 넣어가며 더덕, 양파, 새송이, 노랑 파프리카, 당근, 빨강파프리카 순서대로 넣고 따로따로 볶는다. 볶을 때 소금과 마늘을 ⅓큰술씩 넣어 간을 한다.
2. 팬에 들기름과 참기름을 넣고, 시금치 무침, 소고기채, 표고버섯채를 볶는다. 이 재료들은 이미 양념을 해 둔 것이니 따로 소금과 마늘을 추가하지 않는다.

준비한 재료들을 접시 위에 가지런히 둘러 놓는다.

3. 넓은 접시에 볶은 재료들을 빙 둘러 놓고, 가운데에 고기를 놓는다. 더덕채는 고기 가장자리에 둘러 놓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뿌린다.
4. 굴소스를 곁들인 뒤, 먹을 때는 섞어서 먹는다.

김영란
한식명장
전라남도음식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