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국민 모두에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화순의 현실은 이 권리가 아직도 공허한 약속으로 남아 있다. 수십 년간의 석탄 채굴이 남긴 광해(鑛害)는 여전히 주민들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갱도에 방치된 유류 성분과 고무 재질의 컨베이어 벨트, 한정된 정화시설의 용량, 폐경석과 비축탄 더미는 단순한 미관의 문제가 아니다. 집중호우 한 번이면 오염수가 하천으로 흘러드는 구조적 위험 속에서 주민들의 식수원과 농업 기반은 언제든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는 환경권을 넘어 생존권의 문제다.

문제의 본질은 명확하다. 채굴의 이익은 과거에 취해졌지만, 복구의 책임은 지금껏 미뤄져 왔다는 점이다. ‘예산 부족’이라는 명분 아래 복구 사업은 후순위로 밀려왔고, 그 사이 주민들의 불안은 더 깊어졌다. 환경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복구가 늦어질수록 피해는 확대되고, 결국 더 큰 비용과 고통으로 되돌아온다.

이제는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단기적 땜질식 대응을 넘어 지하수·토양·생태계를 아우르는 종합 복구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광해광업공단이 함께하는 공동 책임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특정 기관에 책임을 떠넘길 일이 아니라, 명확한 역할 분담과 예산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셋째,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감시·협의 기구가 필요하다. 복구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때 비로소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

화순의 환경권은 결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석탄으로 성장했던 과거를 넘어, 지속가능한 환경과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의 무책임은 곧 미래 세대의 고통이 된다.

책임 있는 복구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화순의 환경권을 지키는 일은 곧 우리 모두의 생존권을 지키는 일이다.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