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도어, 흑색선전
정치, 연예계 특정인물 대상으로 빈번히 일어나는 흑색선전
마타도어 난무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
화순저널입력 : 2024. 12. 31(화) 17:55
마타도어Matador는 스페인어로 ‘투우사’를 뜻한다. 투우 경기에서 붉은 천을 휘날리며 황소를 혼돈에 빠뜨리고, 등에 여러 개의 창이 꽂힌 채로 흥분한 황소의 정수리에 마지막으로 예리한 칼날을 꽂아 황소를 쓰러뜨리는 투우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러한 마타도어는 어느 순간, 상대를 해칠 목적으로 나온 술책이자 흑색선전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됐다. 이 술책에 당한 사람은 칼에 찔린 황소처럼 크나큰 상처를 입게 된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유포시키다 보면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흑색선전은 주로 정치인과 연예인을 대상으로 빈번하게 사용된다. 매 선거철이 되면 더욱 심해진다. 정치적으로, 혹은 특정 연예인을 교묘하게 비트는 것이다. 역사적인 예로 2천 년 전 옛 성경 속에서도 등장한다.

예수를 교리적으로 도저히 당할 수 없게 되자, 온갖 말로 예수를 비방하며 ‘나사렛 이단의 우두머리’(행24:5)이라는 낙인을 찍고 십자가에 못 박도록 한 것 역시 마타도어였다. 성경을 보지도 않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도 못한 사람들은 근거 없는 흑색선전에 휘둘렸다.

한편 과거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군부와 군국주의자들은 공황 상태에 빠진 민중들에게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라는 터무니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계엄령을 내려 약 6천 명의 조선인과 일본의 사회주의자를 학살했다. 이 역시 대표적인 마타도어의 예시다.

이렇듯 특정 세력이나 단체가 결정적 순간에 등장하는 마타도어처럼 선거 활동을 방해하거나 이미지를 훼손시키기 위해 허위사실 유포, 악의적 비난,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 주장과 선거 방해를 일삼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이간질, 유언비어, 참소, 중상모략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마타도어라는 용어는 1950년대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처음으로 배치한 핵탄두의 이름으로부터 비롯돼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이승만 정권시절 선거전에서 고무신과 막걸리를 유권자에게 배달하고는 ‘잘못 전달됐다’며 되찾아 가며 유권자로 하여금 비호감을 느끼게 하거나,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집에 X자를 쓰고, 투표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을 심는 일이 벌어지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상대 후보에게 전과가 있다거나, 첩이 셋이라는 등의 헛소문을 퍼뜨리는 행위를 비롯해 값비싼 음식을 식당에서 시켜 먹고 상대 후보의 참모라며 외상을 달아 혐오감을 유발하는 사례로 변화했다.

이렇듯 1960~80년대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심리전의 일종인 마타도어 중 가장 악질적이었던 것은 1971년 대선에서 ‘호남에서는 영남인의 물건을 사지 않기로 했다.’라는 헛소문으로 지역감정을 유발시켜 박정희 후보에게 영남의 표를 몰리도록 한 사건이다. 이러한 마타도어에 휘둘려 희생당한 정치인과 연예인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을까?

중요한 점은 ‘마타도어’라는 용어가 국내에서만 정치적으로 사용될 뿐, 해외에서는 그런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편 일본 정부처럼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언젠가 다시 과거의 잘못을 또 저지르겠다는 의미다. 이제는 유권자들이 흑색선전의 유무를 판단하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구별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타도어가 난무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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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jn2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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