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겨울이지요? 여름 내내 귀청이 터지게 밭은소리를 내던 매미. 전 생애의 1.4%만을 어른 매미로 살다 겨우 한 달이면 생을 마무리합니다. 나머지 98.6%는 애벌레로 살지요. 그에게는 태어난다는 것이 곧 죽는 것입니다. 그렇게나 억세게 울어대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지요. 1분 1초가 아쉬울 테니까요.

식물 중에서도 그런 종류가 있답니다. 은검초(銀劍草, Silverswords)입니다. 은검초는 하와이 마우이(Maui)섬 3,000m 높이의 할레아칼라 분화구 석탄재에서 자라는데, 그 일생이 매미와 너무나 비슷합니다. 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우는데 그 뒤에는 죽어버린다고 합니다. 발아 후 7~40년 동안 자라다가 7일간 꽃을 피우고는 사라지는 것이지요. 마치 매미처럼. 어느 자료에 의하면 매 7년마다 7일 동안 꽃을 피운다고 하는데, 분명치는 않습니다.

은검초의 이름은 한자 그대로, 은빛 칼 모양의 풀이라는 뜻입니다. 이 풀은 언뜻 보기에는 키도 크고, 잎도 아주 무성하지만 사람의 손이 닿으면 죽는다고 알려져 더욱 신비롭게 여겨집니다. 이러한 악조건을 견디고 끝까지 버텨 꽃을 피워내고, 스스로 지는 이 꽃의 일생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구차하지 않아 보여서요.

오늘은 우리의 남은 생애 중 첫날이니, 모든 여러분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문정기
도곡면 천암리 출생
화순저널 고문
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