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은 “적을 속이려면 내 자신도 속여야 한다. 허나 오랜 시간 자기 자신을 속이다 보면 그것이 내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오래전에 제 둘째가 출연한 ‘육룡이 나르샤’라는 사극에서 나오는 대사입니다.

사물이 나를 속일까요? 아닙니다. 내가 나를 속이는 것이지요. 뇌는 눈을 통해 들어온 시각 정보를 해석하는 중추 기관입니다. 이러한 뇌가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우리를 감쪽같이 속이기도 합니다. 이런 메커니즘이 때로는 의도치 않게 세상을 왜곡되게 바라보도록 만들곤 합니다. 이 현상을 우리는 착시(錯視, Illusion)라고 부릅니다. 착시는 인간의 뇌의 진화에 따른 특징 때문에 발생합니다. 뇌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상에 의한 개별적 경험에 따라 미래를 예상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운동경기에서 심판이 오심하는 원인 중 하나도 착시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죠. 어떤 연구 결과는 심판의 자질 문제가 아닌, 인간의 시각적 인식 체계의 오차 때문에 오심이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 인간의 눈으로 제아무리 빛을 빠르게 쫓아도, 결국 뇌의 전적인 판단에 따라 관찰 결과가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 몸 속에 나 말고 누가 또 있을까요? 과연 뇌는 나일까요? 그렇게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요.

재능 있는 사진작가 티아고 실바의 놀라운 사진들은 컴퓨터 기술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시각적 환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그림자, 관점, 색상과 창의성을 사용해 자신만의 시각적 환상을 만들어냅니다. “모든 사진은 제가 항상 특이한 것을 보려고 노력하는 도전입니다.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것. 그러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문정기
도곡면 천암리 출생
화순저널 고문
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