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강은 억 년을 흐르며 여러 천 년 인간의 삶을 보듬어 역사를 빚어 왔다. 지석강은 화순군의 13개 읍면 중 9개 읍면을 감싸고 흐르며 수천 년 화순의 역사를 지어낸 바탕이다. 지석의 언저리에 선사의 고인돌문화가 꽃피었고, 민초(民草)들의 소망을 담은 천불천탑이 세워졌다.

조광조와 양팽손의 목숨을 건 우정도 지석으로 이어지며, 목사골 능주에 설치한 집강소에 모인 동학도와 민중들은 굽이치는 지석의 물결처럼 새 역사의 파고를 드높였다. 망해가는 조선을 돌이켜 세우려던 쌍산의 의병들도 이 강의 발원지에서 떨쳐 일어섰고, 위대한 영성가 이세종, 이현필도 지석의 깊은 품 천태산과 화학산에서 빛을 내셨으니 더 말하여 무엇하리오.

화순의 평야는 지석강을 젖줄 삼아 펼쳐지고 그 맑은 물로 흠뻑 기운을 차린 오곡백과는 마침내 풍년가를 들려준다. 서성적벽, 세량저수지, 송석정, 영벽정, 환산정, 쌍봉사, 운주사, 개천사, 만연사, 죽수서원 등 절경과 정자, 문화재, 유원지도 지석과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강 옆 여러 골짜기에서 나온 석탄은 수십 년 서민들의 겨울 안방을 따뜻이 데워주다 마침내 소명을 다하고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석강과 나란히 달린 경전선(앵남역에서 이양·도림역)의 기차는 서민과 애환을 함께 했고, 큰 고을 광주와 바다를 낀 보성을 화순의 친구로 이어주었다.

돌아보건대, 화순군과 군민들이 지석강을 제대로 알고 그에 걸맞게 살아왔는지 의문이 든다. 화순의 새로운 100년을 가꾸려면 지석강을 중심에 두어야 마땅하고 그리하면 더 크게 펼쳐질 것이다. 지석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화순을 구석구석 알차게 아는 것일 진데 그로부터 희망의 빛이 아니 나올 수 없다.

강이 흐르듯 화순도 흘러야 한다. 쉼 없이 아래로 흘러 바다에 이르러야 한다. 민초의 큰 바다... 갖은 고난을 짊어지고도 기어이 살아내며 마침내 주름진 얼굴로 해맑게 웃는 옹골찬 힘!

지금부터라도 지석강의 가치와 중요성을 깊이 새기고 지석의 여러 갈래가 아우르고 있는 모든 마을을 뜻깊게 파악하고 잘 엮어내자.

어떻게 하면 머지않아 없어지는 기찻길(경전선 폐지)을 발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지 온 군민의 생각을 모아 멋진 청사진으로 꾸며보자.

8개 시군과 이웃한 전남의 중심 화순, 그 중심을 흐르는 지석강! 온 나라에서 가장 맑은 강으로 자부해도 손색이 없는 맑은 지석을 군민의 마음에 새기며 우뚝 세우자. 그리하여 전국, 아니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과 여행의 으뜸자리가 되고, 디지털시대에 더 중요해진 감성을 살려주는 영성(靈性)의 순례길이 되며, 삶에 지친 세계 시민들이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화순이 되게 하자.

결과 군민들의 곳간이 두터워지고 이웃을 살피는 마음도 더불어 커지도록 하자.

우리 모두 지석처럼 흐르고 흘러 가장 멋진 ‘세계시민’으로 서자. 화순의 모든 자연환경과 자산을 모아내고, 이야기를 만들고, 사람을 아우르며, 너나없이 나서서 온 군민이 행복한 전국 최고의 자치공화국을 만들어내자.


김동성
청풍면 농사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