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읍을 지나가면서 두 글자, ‘진폐’를 봤다. 왜 ‘진폐’가 적힌 간판이 보이지? 얼른 풀리지 않았는데, 1960년대 초등생 시절이 떠올랐다. ‘화순’ 하면 ‘화순탄광’이었지. 사단법인 광산진폐권익연대 광주·전남지부의 현재 터전은 전남 화순군 자치샘로 11번지다.

2023년 6월 30일, 산업통상자원부의 결정에 따라 한국석탄공사 화순탄광은 문을 닫았다. 1905년에 문을 연 지 118년 만이다.

진폐증(塵肺症)은 폐에 먼지가 쌓여 생기는 직업병이다. 석탄광부의 진폐증은 석탄광부폐증과 규폐증이다(고용노동부, 유해물질 산업보건 편람-석탄분진, 2005.). 석탄분진(coal dust)에 대한 노출 후 대략 20년이 지나면 석탄광부폐증이 생긴다. 석탄분진에 결정형 유리규산이 포함된 경우 규산(硅酸)이 든 분진이 폐에 쌓이는 규폐증이 생긴다. 말하자면, 석탄광부가 걸리는 진폐증은 석탄분진이 수년에 걸쳐 폐 조직에 쌓이면서 서서히 반흔이 생기고, 이에 따라 호흡 곤란이 생기는 질환이다(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연합뉴스(2023.10.16.)는 탄광에서 일하다 목숨을 빼앗긴 노동자를 추모하는 ‘제11회 석탄산업 종사 재해자 위령제’가 광산진폐권익연대 광주·전남지부 주관으로 2023년 10월 19일 열린다고 보도했다. 디지털화순문화대전은 <마을 이야기>에서 “탄광 노동자들의 직업병과 의료 시설”과 “진폐증은 얻었어도 아직은 살기 좋은 탄광 마을”을 주제로 하여 각각 ‘손쓸 방법 없는 진폐증’과 ‘광부들의 아픔, 진폐증’의 고통을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제4조의 2)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신설 2021.5.18.)를 명시했다. 지방자치단체는 관할 지역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화순군은 2023년 12월 13일 ‘화순군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했다. 그 조례는 제5조에 군수의 책무를 명확히 했다. 화순군수는 지역의 산업재해를 줄이고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제정 2021.1.26.·시행 2022. 1. 27.)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도 막중해졌다. 그 법의 수범자 중 ‘경영책임자’에는 지방자치단체장도 포함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산림·녹지정비 및 노후하수관로 개·보수 공사 등 지자체 수행사업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의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한 공사에 대해서도 안전·보건확보의무에 위반하여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각각 부담한다(황동혁, ‘지자체의 과점으로 본 중대재해처벌법 분석 및 영향’, 분권레터, 2022년 3월).

‘화순군은 화순탄광에서 일하다가 진폐증으로 고통받거나 목숨을 빼앗긴 노동자를 오래오래 기억한다는 취지가 드러나도록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자치단체의 책무에 충실하다.’ 제삼자가 그렇게 평가하길 기대한다.

대한민국 106년 8월 20일

형광석
사단법인 상생과동행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