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수많은 욕심이 있다. 그중에서도 식욕, 성욕, 소유욕을 일반적으로 인간의 3대 욕구라고 칭한다. 이 3가지 욕망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는 더 강력한 본성이 있다. 바로 어머니의 모성이다.

십여 년 전 뉴질랜드에서 있었던 일을 예시로 들 수 있다. 토착 부족인 마오리족의 한 임신부는 암 진단을 받았음에도 아들을 출산한 뒤 10주 만에 사망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강한 모성으로 의료진의 낙태 권고를 거절하고, 태아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항암치료 권유마저 거부하며 뱃속의 아들을 살린 것이다. 자신의 목숨마저 내던져 아이를 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생물학적 종족 번식의 욕구일까?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이었을까?

생존 본능이 앞섰다면 아이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태아와 산모 모두 잘못되어 영원한 욕망의 블랙홀에 빠질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욕망을 모두 버리고 자신을 희생하는 모성을 발휘했기에 그녀의 죽음은 더욱 숭고했다.

천문학에서는 초고밀도로 발생하는 중력장의 구멍을 블랙홀이라고 말한다. 항성의 소멸 단계에서 한없이 수축하여 중심부의 밀도가 빛을 빨아들일 만큼 높아진 상태라고 한다.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에 빠지면 모든 것이 폭발하여 사라지지만, 그 암흑의 구멍에서 빠져나가는 물질과 에너지의 분수는 무작위일 것이라고 스티븐 호킹 박사는 설명한다. 이는 일종의 환생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버드의 앤드루 스트로민저 박사는 블랙홀이 수학적으로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블랙홀로 들어오는 물질은 휘거나, 움직이거나, 뒤틀리거나, 배열될 수 있는 가상의 광선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블랙홀이 증발해버리면 이 정보는 모두 재방출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는 유전자와 책, 그리고 이름을 후대에 전하며 기억될 것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느낀다. 탐욕은 영원한 블랙홀이며, 그 끝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욕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욕망은 창의성, 사랑, 그리고 장수를 촉진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MC²이라는 공식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우주의 본체는 블랙홀의 질량과 빅뱅의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 블랙홀은 우주를 만들고 유지하는, ‘0으로 균형 잡힌 힘’이며, 우주의 본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0의 떨림의 연속이다.

인간의 욕망도 입체적으로 바라보면 도넛형의 둥근 고리, ‘뫼비우스의 띠’에서 자라난 하나의 삼림(森林)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생존경쟁 역시 고리 형태를 한 작은 나무에 빗댈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우주와 같은 큰 삼림을 창조적으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지닌 셈이다.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거대한 삼림 속에서 욕망으로 점철된 인류가 문명이라는 꽃과 열매를 피워낸 것이다.

욕망의 띠를 잘 다루는 것은 좋은 산속의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욕망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헤맨다면 정글과 같은 블랙홀 속의 미아로 남게 될 것이다. 욕망의 블랙홀에서 탈출하는 것은 모든 욕망을 잊게 되는 길이다.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 것은 과거를 되짚는 일이다. 과거가 없다면 인간은 정체성을 잃게 된다. 역사의 필름을 되돌릴 수는 없으나, 우주는 우리를 기억할지도 모른다. 결국 욕망도 블랙홀처럼 무(無)이자 유(有)이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