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비롭고 고아한 매력, 복숭아와 복사꽃

복숭아는 사과, 배와 더불어 대표적인 인기 과일에 속한다. 주로 6월~10월 중에 수확하며, 색깔에 따라 보통 백도와 황도로 구분한다. 털의 유무에 따라 털복숭아(유모계)와 천도복숭아(무모계)로 나뉘기도 한다. 복숭아는 동양의 설화에서 신성한 불로장생의 과일로 자주 등장한다. 삼천갑자(18만 년)를 살았다는 동방삭도, 불사신이 된 손오공도 옥황상제의 부인인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고 장수했다고 전해진다.

복숭아를 뜻하는 한자 ‘도(桃)’는 나무(木)와 조짐(兆)을 합해 만들어진 글자로, 본래는 거북의 등껍질에 나타나는 점괘를 본떠 ‘미리 알린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신성한 과일로 여겼던 만큼 신(神)적인 것과 연관지은 것이다. 그 해 복숭아꽃이 얼마나 많이 피는가에 따라 당해 과일 농사의 흥망을 알 수 있었으니, 점괘를 뜻하는 조(兆)를 써서 복숭아 도(桃)라는 글자가 만들어졌다.

복사꽃이라고도 부르는 복숭아꽃은 예로부터 꽃 중의 꽃이라 여겼다. 조선시대에는 매화, 살구꽃보다도 대중적인 꽃 구경이 복사꽃 구경이었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라는 가사로 잘 알려진 가곡 ‘고향의 봄’으로만 보아도 복사꽃은 한국의 대표 봄꽃이라 할 수 있었다. 매실나무나 살구나무도 모두 벚나무속에 속하는 친척들이지만, 벚나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키가 작고 꽃의 조밀함이 적어 벚나무가 훨씬 화려하기 때문에 밀려난 아쉬움이 크다.


▲ 일본에서 유래된 벚꽃놀이 문화

일제강점기인 1910년에 들어서자 서울 우이동에서 국내 최초로 하나미(花見)라는 일본 벚꽃 구경 문화가 퍼지기 시작했다. 벚꽃축제도 일본의 식민지배 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만개한 벚꽃은 일본의 번성을 상징했기 때문에, 벚나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한반도에 꾸준히 벚나무 식재를 추진했다.

일제에 강력히 저항했던 소설가 염상섭은 벚꽃놀이 풍습에 대해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요사이 조선에서도 벚꽃놀이가 풍성풍성한 모양이다. (…) 조선색과 사꾸라색이 어울릴지는 명언(明言)할 수 없다. 조선의 하늘처럼 청명한 자연색에는 제 빛을 내지 못할 것이다. 조선의 유착한 기와집 용마름 위로나 오막살이 초가집 위로 벚꽃을 바라본다면 그것은 암만해도 ‘식민사꾸라’라 할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벚꽃이 지는 시기에 복사꽃이 만발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패전하고 한국이 주권을 되찾은 역사에 빗댈 수 있는 풍경이다.


▲ 복숭아꽃 만발한 이상향

중국의 시인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는 상상 속 아름다운 세상이 등장한다. 무릉이란 어부가 강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다 발견한 동굴 너머의 비경으로, 복숭아꽃과 연관된 상상의 세계, 유토피아라 할 수 있다.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무릉도원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이렇듯 ‘무릉도원’이라는 이상향은 늘 복숭아꽃이 만발한 세계로 묘사되었다.

화순을 대표하는 오지호 화백의 《도원풍경(桃源風景)》도 복숭아꽃을 주제로 하고 있다. 화순은 이미 복숭아의 산지로 유명하니, 무릉도원처럼 아름다운 고장으로 만들고 싶은 꿈을 그려 본다. 매년 8월이면 조치원, 장호원, 부천 등에서 복숭아 축제가 열린다. 화순을 상징하는 복숭아를 통해 다양한 문화 체험과 축제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도우며 소득도 창출하고 지역도 홍보하는 것은 어떨까. 적벽 주위 경관을 활용한 복숭아 단지를 만든다면 그야말로 ‘무릉도원’과 같은 풍경이 되지 않을까?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