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이야기>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가 있다. 농장에서 기르는 거위 한 마리가 매일 1개씩 황금알을 낳았다. 노부부는 매일 거위가 낳은 황금알을 시장에 내다 팔아서 부자가 됐다. 하지만 가난하던 노부부는 거위를 죽여 뱃속의 황금을 몽땅 꺼낼 욕심까지 품었다. 하지만 황금알은 얻지 못하고 거위마저 잃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욕심이 과하면 손해를 본다는 어리석음을 말하지만, 과연 무엇을 어리석다고 하는가?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라는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에서는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가 현명하다고 생각을 하고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어리석다는 것을 아는 것의 차이”라고 했다. 이 말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한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나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또한 자신이 무지(無知)함을 모르는 것과 자신이 무지함을 깨닫고 있느냐라는 무지의 지(無知의 知)의 여부에서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생각해 본다. 결국 자신의 무지(無知)를 깨달을 때 비로소 진정한 앎이 시작된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 자신들도 지식의 깊이와 양이 얼마나 얄팍하고 보잘것 없는 것인지는 깨닫지 못하고 소위 ‘밥그릇’ 많이 먹은 인생의 선배라는 이유로 또 경험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남에게 가르치려 들지 않았는지 곰곰이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현명한 사람은 터무니없는 말이나 욕심을 부리지 않고 똑같은 실수를 2번 이상 범하여 후회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항상 밥 먹듯이 하는 말이지만 지혜롭기 위해선 욕심을 먼저 버려야 한다. 탐욕은 어리석음과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수행에 방해되는 3가지를 3독(毒)이라 한다. 이를 탐욕·진노·우치(愚癡·어리석음)로 보고 있다.

아는 게 병이고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쓸데없이 아는 척하는 ‘돌팔이’나 ‘선무당’이 사람을 잡기도 하고, 사소한 실수가 큰 사고와 불행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욕심을 버려야 어리석음도 사라지고, 힘과 말을 앞세우지 않아야 옳고 그름의 깨달음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욕심낼 것과 욕심부려서는 안 될 것을 분별할 줄 아는 것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현명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

공자는 올바른 ‘앎’을 깨닫기 위해 4가지를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의도적으로 일을 하지 않았고(無意), 기필코 해야겠다고 하지 않았고(無必), 주장을 내세우고 고집부리지 않고(無固),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았다(無我)고 했다.

이러한 자세가 항상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올바르게 ‘앎’을 깨닫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자세라 할 것이다.

마지막 4번째의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無我)를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자신을 내세우기 좋아하는 사람은 진정한 깨달음을 이룰 수 없다고 공자는 통찰한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내면이 꽉 채워지면 양동이에서 물이 넘치듯이 저절로 드러나는 법이다. 조바심이 앞서면 부족한 자신을 먼저 드러내는 꼴이 벌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영리함을 드러내지 않고 어리석지 않도록 자기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인생길에는 아마추어가 필요 없다. 오직 프로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벌레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대충’이라는 벌레라고 하지 않았던가? 프로일수록 고개를 숙이고 겸손하며 엄숙해야 하며 영리한 척 잔꾀를 부리고 교만하지 않아야 한다.

잔꾀를 부리다 도리어 자기 꾀에 빠지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짓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여서 뱃속의 황금을 몽땅 차지하겠다고 잔꾀를 부린 노부부는 어리석고 불쌍할 뿐이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