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새내기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선배 교사로서 이런 열악한 교사 근무 여건을 물려준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선생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 엄청난 폭염에도 불구하고 광화문에 모여 ‘교권 보호’와 ‘교사 생존권 보장’을 외치는 선생님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여당과 교육당국 및 보수진영은 '학생인권'과 '교권'은 대립적으로 보지만, 그것들은 양립가능하며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그간 우리는 학생인권을 발견하고 제도적으로 강화시켜 왔지만 ‘교육민주화’ 이전까지 관습적으로 묵인해왔던 '치외법권적교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조치를 소홀히 했다. 그러다 보니 둘 간의 균형이 무너지고 이제는 오히려 교권이 ‘역차별’을 받게 된 것 같다.

'체벌 금지'와 '선도위주의 온정주의'는 강화된 반면 문제 학생들의 비행에 대한 '정당한 문책'에는 소홀히 했다. 학내에 상벌규정, 상벌점제 규정이 있지만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 중징계를 회피하다보니 기강이 문란해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교사들은 훈육에 있어서 속수무책이었고, '무장해제' 당한 꼴이었다. 교사들은 생존을 위해서 '인성교육'과 '생활지도'를 포기하고 ‘입시기술자’나 ‘교육행정공무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교사로서의 꿈과 자부심이 깡그리 짓밟힌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이제 교사들이 '생존권'을 주장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이 무너지고 망국의 길로 가고 있지 않은가?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요 보수 진보를 망라한 교원단체들과 교육전문가들의 모두 교권보호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그 원인과 처방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진행중이다.

다양하게 제기되는 주장들을 분석하고 종합하여 단기, 중기, 장기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선언적 조치에 불과한 ‘조례’를 가지고 논쟁할 것이 아니라 ‘법률’에 의한 ‘입법조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첫째, 단기 대책으로 ‘아동학대처벌법’ 처벌 조항을 교사에게는 유예하는 ‘면책특권’을 부여해야 한다.

‘교권보호관련법’을 제정해 '정당한' 교육적 지도에는 면책하는 법 조항을 규정하고, '정당성' 여부는 '학교분쟁조정위원회'에 일임하면 좋을것 같다. 형사사건 현행범인 아닌 한 일과 중 학내에서 교사에게 '불체포 특권'을 부여하고,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경찰이 학교 출동 전에 교장의 ‘사전허가’를 얻도록 규정해야 한다.

아울러 학부모와 학생에 의한 '교사 인권 침해' 사건 발생시에 대한 처벌 조항을 '교권보호법규'에 신설하고, 학부모의 고소·고발에 대한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법적 대응에 있어서 교장, 교권보호위원회, 교육청, 교육부의 임무를 규정해야 한다.

둘째, 중기대책으로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여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학생들의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 '선도위원회'를 개최하여 징계하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은 법적 분쟁을 과열시킬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미래를 짓밟는 '비교육적 처사'라고 본다. 학생들이 교사의 '정당한 교육적 지시'를 거부하고 저항할 때 교사가 이를 강제할 수 있는 '훈육 수단'을 명문화해야 한다.

셋째, 장기 대책으로 획기적인 교사의 '근무조건개선', 특히 교사 '업무경감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비극의 또 하나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열악한 교사 근무조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교원 인사제도'와 '학교운영 시스템' 전반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점들이다. 그것들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선진국들처럼 교사는 '수업'과 '상담'에만 전념하게 하고, 교칙 위반 학생에 대한 지도나 행정업무를 비롯한 각종 잡무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컨데, '교원직급보직제'를 도입해서 교장, 교감을 보직으로 임명하되, ‘학생부장제도’는 폐지하고 교장과 상담교사가 맡고, ‘교무부장제도’도 폐지하여 교감이 맡도록 하면 좋겠다.

관리자 직책이 결재하고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실무적으로 일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교원들 간에 '승진 갈등'과 '위화감'도 줄어들고 교직사회에 협력적 풍토가 정착될 것이며 교육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기고 : 박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