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느 누가 시간을 이길 수 있겠어요?

사진 속 풍경은 이탈리아 나폴리의 카스텔 누오보 성으로, 1282년(불력 25년)에 지어진 건축물입니다. 700년이 넘도록 같은 장소에 떨어진 빗물로 돌이 파인 흔적이지요. 어쨌든 700년은 오랜 시간입니다.

물방울의 일관된 떨어짐은 결코 줄지 않는 축적과 인내심을 반영합니다. 이는 “물처럼 돼라, 그러나 물보다 더 영원해라.”라는 말과 같은 예입니다. 이 흔적들은 단순히 돌에 자국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긴 세월에 걸쳐 작은 변화가 쌓이다 보면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줍니다.

불교의 겁劫이라는 개념도 그렇지요. ‘1겁’이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5km 크기의 정육면체의 돌을 천사가 100년마다 한 번씩 지나가면서, 잠자리 날개 같은 옷깃으로 스쳐 닳아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고 합니다. 상상할 수나 있을까요?

현대 산업에서는 ‘워터젯(Water Jet)’ 가공이라 해서,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수압을 가해 발생하는 에너지로 아주 짧은 시간 만에 금속이나 아스팔트를 절단하고, 배 밑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떼어내는 데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는 사람의 시간이지요. 물이란 참 쓰임새가 많기도 합니다.

문정기
도곡면 천암리 출생
화순저널 고문
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