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 1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가 바로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며 경제 성장을 통한 민생 문제의 회복을 강조한 이후 ‘먹사니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빵을 달라,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유명한 말은 프랑스 혁명(1789) 당시 민중들이 외쳤던 말이다. 먹사니즘은 그만큼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것이다. 루이 16세의 왕비이자 절대권력의 조력자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민중들의 말을 우습게 여기며 ‘빵이 없다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하세요.’라고 답했고, 이 말을 들은 군중들은 분노하며 혁명을 일으켰다. 앙투아네트는 실제로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변명했지만, 사실의 여부를 떠나 세상 물정 모르고 던진 말이라며 지금까지도 욕을 먹고 있다.

과연 세상 물정을 모르고 던진 헛소리였을까? 매일 빵 대신 케이크만 먹는다면 고급스럽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매일 케이크만 먹고 살 수는 없으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 것이다. 프랑스 혁명에서 빵을 중요시한 이유는 민중의 생존권과 평등권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는 것에는 차별이 없다.

프랑스 혁명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서 이슬로 사라지며 끝이 났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은 빵 때문에 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리게 된 사건이었기에 역사책에서 항상 오르내리게 되었다. 민주주의의 뿌리는 평범한 민중들에게 있다. 프랑스 혁명은 지역공동체의 실생활인 ‘먹고 사는 문제’를 변화시키는, 참여민주주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개개인에게도 골고루 영향을 미치는 대중적 민주주의다.

백성을 하늘처럼 모시는 나라는 행복한 선진국의 형태로 여겨지고, 왕권 체제, 군국주의 체제에 저항했던 3·1운동은 민족자결주의의 원칙에서 시작된 민중혁명이었으며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문 자발적인 평화시위였다. 이는 대중 없는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대중은 없는가? 아니면 가려져서 보이지 않을 뿐인가?

대중을 위한다고 말하는 정치 전문가 집단은 특정 정치세력만을 위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을 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대중들은 은밀히 소통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은 독재자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정신으로 이루어졌다. 가난과 갈등 없이 호남인답게 살고자 했던 이들의 민주화운동은 위정자들에게 큰 교훈을 주었으며, 김밥을 싸서 나눠주던 노점상의 아주머니들까지도 ‘생존권을 보장하라’라는 플래카드를 펼쳐들었다.

민주주의는 먹고 사는 문제, 즉 먹사니즘을 해결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생사와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현재 우리 정치는 국민의 생활보다 정쟁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누가 기득권을 쥐느냐 하는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듯한 허풍스런 자세라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소상공인들은 ‘요즘 경기가 코로나 때보다 더 안 좋다.’고 푸념한다. 왜일까? 국민들이 안중에도 없기 때문일까?

말이 앞서는 정치보다는 국민을 위한 정쟁을 해야 하고, 경제와 먹사니즘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과거 독재 정권 시절에는 3S정책이라는 말이 있었다. 국민의 신경을 정치에서 Screen, Sports, Sex로 돌리는 것이다.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위정자들의 생각이었다. 가장 중요한 먹사니즘을 간과한 것이다.

정치인들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말로를 교훈 삼아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Bread와 Blood라는 두 가지 B를 떠올리며, 국민에게 중요한 것이 먹고 사는 문제, 즉 생존이라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