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왕은 다윗 왕의 아들이자 이스라엘 왕국의 제3대 왕으로 기원전 970년~931년까지 통치하며 왕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문학에도 뛰어나 이스라엘 문학의 시조라 불리며 작품(잠언서)를 남기기도 했다.

하루는 솔로몬 왕의 꿈속에 야훼(하느님)가 나타나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겠느냐?”고 소원을 물었다. 왕은 “명석한 머리를 주셔서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 있고 흑백을 가리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답했다. 야훼는 왕의 솔직한 마음을 기특히 여겨 “네 말대로 해주리라.” 했다. 그 후에 왕의 치세(治世)로 이스라엘은 최대의 번영을 누렸고, 솔로몬은 지혜의 왕으로 알려졌으며 예루살렘의 성전을 완성했다.

위대한 솔로몬 왕의 지혜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 아이를 놓고 다투는 두 여인에 대한 이야기다.

서로 아이를 한 명씩 낳았는데, 한 여자가 자신의 아들을 죽인 다음 잠든 사이에 다른 여인의 아이를 채갔다는 것이다.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며 다투는 두 여인을 본 솔로몬 왕은, “아이를 둘로 나눠 반쪽씩 나눠 주거라.”라고 명령했다. 아이의 친모는 “차라리 저 여자에게 아이를 줘도 좋다. 아이를 죽이지 말아 달라.”고 사정했다.

그러자 솔로몬 왕은 “아이를 죽이지 말아 달라고 말했던 여인에게 주거라.”고 분부했다. 타인에게 빼앗기더라도 자신의 아이를 살리고자 했던 모성을 통해 친모를 알아본 것이다. 이렇듯 현명한 판단으로 나라를 잘 다스렸던 솔로몬 왕은 지혜의 왕이자 명군으로 역사의 기록에 남아있다. 그러나 그도 나이 들며 몸은 쇠약해져 갔고, 점점 향락에 빠져 지혜도 조금씩 쇠락해 갔다.

솔로몬 왕이 말년에 타락한 이유는 여자 때문이었다. 온갖 즐거움과 쾌락에 빠져 봤지만, 지혜와 부(富)도 헛되다는 것을 깨닫고 “인생은 헛되고 헛되며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젊었을 때 너의 신을 찾으라.”고 충고하는 말을 남겼다. 비록 ‘솔로몬의 선택’이라는 명판결을 남겼지만, 사치와 향락으로 망쳐 버린 말년 탓에 솔로몬 왕은 명군과 암군을 동시에 상징하는 왕이 되었다.

지혜로운 솔로몬 왕이 왜 말년에 ‘인생은 헛되다.’라는 결론을 내렸을까? 솔로몬 왕이 남긴 전도서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 그는 ①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②겸허하라. 능력이 있다고 다 얻는 것은 아니다. 똑똑해도, 바보여도 누구나 죽는다. ③현재를 잘 관리하고 마음껏 누려라. 라는 3가지의 메시지를 남겼다.

자신에게 허락된 모든 요건 속에서 욕심부리지 말고, 옳고 그른 이치도 따지지 말며, 그냥 주어진 하루하루에 충실한 인생을 사는 것이 솔로몬의 지혜인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사실 진리와 지혜는 자신의 내면 속에 숨겨져 있다. 헛된 인생을 보람있게 살려면 스스로를 위로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삶의 태도인 것이다.

우리에게 불행이 없다면 행복도 그렇게 즐겁지는 못할 것이다. 역경 속에서 느끼는 성공, 쓴맛을 느끼고 난 뒤의 단맛, 고진감래(苦盡甘來)와 같은 것이 ‘솔로몬의 지혜’인 것이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