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에 자리한 운주사는 천불천탑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곳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그 미스터리를 품고 찾는 명소이다. 이 사찰은 화순을 찾는 이들에게 빠지지 않는 관심과 호기심을 안겨주는 곳으로서, 그 아름다운 경치와 역사적 비밀이 조화를 이루며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곳은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의 천불산에 위치한 사찰로, 과거 통일신라시대의 승려인 도선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찰의 창건 시기와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과 이야기들이 얽혀 있어 정확한 진실을 밝히기 어렵다. 도선이 지형을 배로 보며 이곳에 천불천탑을 조성한 설화나 절 이름인 '운주사(運舟寺)'가 풍수상 배 모양의 땅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등이 있다. 또한 춘양면에 자리한 돛대봉도 이곳의 신비를 더해주는 곳 중 하나일 것 이다.

특히 천불천탑은 관습적인 형식을 벗어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이 탑들은 밤하늘에 펼쳐진 별들의 위치와 동일하게 배치돼 있어, 우주의 움직임과 함께하는 신비로운 정신과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 탑들의 정점에 위치한 와불은 남녀가 나란히 누워 있는 형태로, 부부와불이라 불리며 이들이 일어설 때 나라가 번영하고 백성이 행복해진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미스터리한 이야기와 함께 와불 아래의 흔적을 통해, 석공들이 와불을 세우려 한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운주사는 미지의 미스터리로 둘러싸여 있어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다양한 사실을 찾기 어려운 곳이다. 1984년부터 현재까지 연구와 발굴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확한 창건 시기와 배경, 주요 인물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여전히 알려진 바가 없다. 이런 미지의 점들이 오히려 운주사를 더욱 신비롭고 흥미로운 장소로 만들어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이렇게 화순 운주사는 신비로운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의 조화로, 우리나라의 미술과 불교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와 장소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40년 전 필자는 화순 운주사의 신비한 세계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그때는 1984년 경이었다. 화순의 어느 야산 분지에서 역사와 종교, 예술이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져 신비로운 운주사의 아름다움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이다.

당시 광주 기독병원에 계시던 미국 출신의 치과의사인 유수만 박사(한국 이름)는 운주사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한국사람 우리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그 시절, 화순의 운주사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곳이 아니었다. 그는 그곳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깨우쳐 주기 위해 소풍나간 일행들을 안내했다. 자연의 정감이 흐르는 산길을 엮어나가듯 따라올라 아래 펼쳐진 신비한 풍경을 발견했다. 그것은 운주사였다.

심장에 신비가 감돌았다. 운주사의 풍경은 일행을 놀라게 하였다. 유수만 박사는 그곳의 역사를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익숙한 일반적인 사찰과는 차원이 달랐다.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 신비를 음미했다. 특히 와불상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석공들의 노력으로 세워진 천불천탑의 신비한 모습은 감동으로 채웠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그대로 투영해 세워진 석탑들의 위치는 숭고한 정신과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수년이 흘렀다. 다시 운주사를 찾아가 보았다. 그러나 그 신비한 감동은 조금은 사라져있었다. 아마도 무분별한 개발이 그곳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훼손한 것일지도 모른다. 운주사를 들어가는 길이 변해버린 것부터가 그 증거다. 이렇듯 개발의 손길은 고유한 유적지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개발과 운영은 반드시 신중히 고민되어져야 한다. 오래 전의 신비와 우주의 기운은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 현재의 이익과 편리를 위하여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된다. 영원히 아름다움이 이어져 가기를 바래본다.

<기고 : 한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