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출신의 조의연 시인이 지난 1월 20일, 『뒹굴 뒹굴 뒹굴』 동시집을 손녀 나유영과 함께 펴냈다.

20년 넘게 시인으로 창작활동을 해 온 조의연 시인은 순수하고 맑은 언어로 시를 쓰고 싶었으나 삶이라는 것이 순순하게만 살아질 수 있는 건 아니어서 마음대로 되지 않고 대부분 무겁고 어둠이 많은 시를 써 왔다고 ‘시집을 펴내면서’에서 밝혔다.

그러다 자녀들이 성장해서 결혼을 하고 손녀들이 태어났다. 그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마을 배우고 더듬거리며 한마디씩 하는 것이 모두 맑고 밝은, 어른들을 행복하게 하는 동시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할머니와 손녀들이 나눈 대화나 이야기들이 모두 아름다운 노래가 되어 『뒹굴 뒹굴 뒹굴』 동시집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 시집은 5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부터 4부까지는 할머니의 시로 조의연 작가의 동시, 제5부는 조의연 작가의 큰손녀로 초등학교 4학년인 나유영 어린이의 시들이다.

조의연 작가는 “아가들이 더 큰 아이들로 자라기 전에 가족 문집을 묶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 자란 후에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도 어린 시절의 언어를 잊어버리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린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그 언어들을 왜 잊고 사는 걸까? 천진난만했던 순수한 말들은 언제,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게 탁해지고 거칠어져서 어른들의 언어가 된 것일까?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좀 어눌하고 더듬거려도 아이들의 말을 다시 배우고 싶다. 이 언어들이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친구가 됐으면 하는 꿈을 가져본다.”고 했다.


뒹굴 뒹굴 뒹굴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민서는
아침에 눈을 뜨면
뒹굴, 뒹굴, 뒹굴
이리 땡그르르, 저리 땡그르르
방안을 굴러다닌다
유치원 차 놓칠까 봐 현서 언니는
두 발을 동동동
민서는 그래도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한 시간이 지났네
이제야
‘후다다닥’
번개같이 빠르다 빨라.

조의연 『뒹굴 뒹굴 뒹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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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리는 소리

주르륵 주르륵
봄비가 내리는 소리
또옥 또옥
봄이 내리는 소리
봄이 내리는 소리는 많고 많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봄비 소리는
사라락 사라락
꽃비 내리는 소리

나유영 『꽃비 내리는 소리』

조의연 시인
전남 화순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詩 당선 등단
1998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詩 당선
광주문학상, 우송문학상, 동서커피문학상 수상
저서 : 시집 『강의 어귀에서 휘돌아나가다』, 『깊은 그늘』, 『거꾸로 크는 콩나물』 등
광주문인협회, 전남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우송문학회, 화순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