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은 문화유적 관광자원이 많다. 그중에서도 화순 8경 중 2경인 천불천탑 ‘운주사’의 신비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곳을 배경으로 한 그림책이 있어 소개할까 한다.

이야기는 마고 할미와 아가의 대화로 시작된다.

“할머니, 할머니! 보름이 언제 와요?”

휘영청 둥근 보름을 보고 싶다는 부탁을 들어주려 피리 소리에 태워 보낸다. 아가가 도착한 곳은 ‘간절한 마음들이 머무는 곳, 이루고 싶은 바람들이 가득 쌓인 곳’으로 향했다.

아가는 동무가 생겼으면 하는 소원이 있다. 바람을 듣고 함께 모인 사람들은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땅에 하늘을 만들어 보름을 부른다. 캄캄한 밤하늘을 밝히고 별이 총총한 달빛 아래로 모여든다.

남녀노소, 시대 불문, 몸이 불편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이들이 어깨를 맞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흥겨움을 더한다.

마고할미의 피리 소리에 아가는 언덕 너머 하늘로 태워 보내진다. ‘과연 어디로 가게 될까?’ⓒ교보문고 홈페이지 갈무리

“오늘 하늘에서 잔치가 열려. 달빛 안에 모여 춤추면 모두모두 동무가 된대. 나는 동무가 되고 싶어.”

한바탕 달빛춤이 끝난 뒤 와불(와형석조여래불)의 품에 누운 아가는 한쪽 팔을 괸 채 평온한 낯빛이다. 둥근 보름은 거북 배를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누군가의 간절함을 찾아서.

그림책 <달빛춤>은 운주사의 천 개의 숨결, 천 개의 바람이 건넨 이야기를 작가의 손과 글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아가의 소원처럼 작고 약한 이들이 모두 함께 어울리길 바라는 마음을 글과 그림으로 담았다. 운주사에 있는 돌탑과 돌부처의 소곤대는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이들의 마음을 전하는 듯하다.

저자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림 그리고 책 읽다 사람이 되었다. 덕분에 당신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펴낸 그림책으로는 《부적》, 《깊은 산골 작은 집》, 《연오랑세오녀》, 《꽃살문》, 《한글 비가 내려요》, 《개그맨》, 《꼴딱고개 꿀떡》이 있고, <마음 초점 그림책> 시리즈를 펴냈다. 어른들을 위한 책으로 《지우개 선생님의 이상한 미술 수업》이 있다.

화순교육지원청은 함께 읽기를 통해 공감, 소통, 경청과 논리적 설득 문화를 조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화순 독서당 비경쟁 독서 토론’을 운영하고 있다. 시상과 경쟁이 없는 자유로운 토론 및 발표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상반기는 7월에 ‘기후위기 대응 비경쟁 독서토론마당’으로 이틀에 걸쳐 화순 오성초등학교에서 열렸다.

하반기는 오는 6일에 열릴 예정으로 화순 T벤져스 독서인문교육연구회에서 김지연 작가의 그림책 <달빛춤>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먹’이나 조개껍질을 빻아 만든 ‘호분(胡粉)’으로 단조로움을 선사하며, 판화체로 보이는 짧은 글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그림책 <달빛춤>을 읽고 온 가족이 함께하면 좋을 ‘독후활동’

“너는 어떤 마음을 갖고 왔니?”

어느덧 마지막 잎새처럼 2023년의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올해를 마감하고 내년의 간절함을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검은 먹과 하얀 호분, 노란 색채 대비를 통해 작가의 눈에 비친 세상과 내용은 따뜻한 시선으로 담긴 듯하다. 더불어 지역 문화재 ‘운주사’에 관심을 두고, 책에 나온 석탑들을 찾아 가족들과 석탑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방방곡곡 김민지 문화평론가

* 네이버 블로그(mjmisskorea) ‘애정이 넘치는 민지씨’에서도 볼 수 있다.
* 방방곡곡은 다양한 책과 문화 속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