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김대중金大中 후보와 박정희 朴正熙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어 수십만 명의 청중이 모이는 어마어마한 유세전을 펼치고 나라를 들썩이게 하며 박빙의 차이를 보였던 때가 생각난다.

이처럼 대선大選이나 총선總選 때 입후보자들의 세력이 비슷비슷하거나 운동경기에서 두 팀의 실력이 막상막하일 때 伯仲之間이라 말한다.

伯仲之間은 서로 간에 낫고 못함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 유래한 백중지세伯仲之勢도 전술과 현대 스포츠에서 피아彼我 간에 전력 차이가 없을 때 널리 사용한다.

한漢나라 때 부의傅毅와 반고班固는 대 문장가였다. 훗날 위魏나라의 문제文帝가 당시의 작가를 평한 전론典論에서 『부의지어반고, 백중지간이 傅毅之於班固, 伯仲之間耳』라 했는데 傅毅와 班固는 伯仲之間밖에 안 된다는 말이었다.

비슷한 용어로 난형난제難兄難弟라는 말이 있다. 형제가 아울러 덕이 있어 그 우열優劣을 가릴 수 없다는 뜻이다. 원래 한문에 백중숙계伯仲叔季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형제의 순서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백伯은 장형, 중仲은 다음 형,숙叔은 그 다음, 계季는 끝 동생을 뜻한다. 그래서 같은 삼촌도 아버지의 형은 백부伯父, 아버지의 동생은 숙부叔父라 부른다.

우리는 그저 쉽게 「큰 아버지」,「작은 아버지」라고 부르며 살아왔지만 伯仲에 그런 뜻이 담겨 있다.

성길모 전 화순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