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문융합] 죽음이 만든 역사, 평화의 계곡
세계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 와디 알살람(Wadi al-Salam)
문정기 화순저널 고문
화순저널입력 : 2026. 10. 15(목)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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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남부에 있는 세계최대의 공동묘지, 1400년간 500만 명 이상의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다./NASA
세계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로 알려진 곳이 있습니다. 이라크 남부의 성도(聖都) 나자프에 자리한 와디 알살람(Wadi al-Salam)입니다. 아랍어로 ‘평화의 계곡’이라는 뜻이지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제출된 자료에는 약 917ha, 약 9.17㎢에 이르는 묘역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기네스 세계기록도 이곳을 세계 최대의 묘지로 소개합니다. 7세기부터 이어진 장례의 역사는 1,400년을 훌쩍 넘지요. 안장된 사람의 수는 자료에 따라 500만 명에서 6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이곳에는 평범한 사람들만 묻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종교 지도자와 학자, 왕과 술탄, 수많은 순례자의 흔적이 함께합니다. 시아파 이슬람의 중요한 성지인 이맘 알리 사원과 가까워, 이곳에 묻히는 것은 많은 신자에게 특별한 종교적 의미를 지닙니다. 무덤은 낮은 봉분에 그치지 않습니다. 벽돌과 석고로 쌓은 묘소와 가족 단위의 묘실, 지하에 조성한 납골 공간까지 다양한 장례 형태가 공존하지요.

죽은 사람의 자리가 이렇게 거대한 도시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놀랍습니다. 그러나 더 흥미로운 것은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역사입니다. 한 사람의 생애는 끝나도, 그를 기억하고 기리는 방식은 시대와 문화를 따라 이어집니다. 묘지는 죽음의 종착점인 동시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믿고, 누구를 존경하며, 어떤 세상을 꿈꾸었는지 보여주는 문화의 기록입니다.

인류의 문화 가운데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것 중 하나가 장례문화입니다. 물론 장례 방식은 종교와 시대, 사회적 조건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졌습니다. 매장과 화장, 봉분과 석관, 왕릉과 공동묘지는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죽은 이를 기억하고, 남겨진 이들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도 무덤은 중요한 기록입니다. 고인돌과 석관묘, 고분과 왕릉은 문헌만으로 알기 어려운 선조들의 생활과 기술, 사회적 위계와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을 전해줍니다.

특히 석관묘는 돌을 다루는 기술뿐 아니라 시신을 보호하고 죽은 이를 특별한 공간에 모시려 했던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보여줍니다. 무덤은 단순한 유해의 보관 장소가 아니라, 문자가 남기지 못한 역사를 전하는 고고학적 자료인 셈입니다.

물론 무덤이 역사의 전부는 아닙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적은 당시 사회의 일부를 보여줄 뿐이며, 그 의미를 해석할 때도 신중해야 하지요. 그러나 기록이 사라진 뒤에도 돌과 흙은 때로 오래도록 자리를 지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당대의 기술과 믿음, 권력과 일상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와디 알살람은 오늘도 장례가 이어지는 살아 있는 묘역입니다. 그곳의 수백만 무덤은 한 문명의 과거이면서 현재이기도 합니다. 무덤이 많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무덤들이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기억과 신념을 어떻게 담아 왔는가 하는 점이지요.

죽음은 개인의 삶을 끝내지만, 장례문화는 한 시대의 삶을 후대에 전합니다. 평화의 계곡은 죽은 자들의 도시이면서 동시에 살아 있는 인류가 자신들의 역사를 읽는 거대한 기록장입니다.

문정기
도곡면 천암리 출생
화순저널 고문
공학박사
현 과문융합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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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jn2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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