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용 Generative New Media Art] 들판에 선 사람
글·그림 한광용 제너러티브 아티스트
화순저널입력 : 2026. 10. 08(목)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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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오기 직전의 들판에서는 색이 먼저 물러난다. 보라에 잿빛이 스미고 그 위에 다시 보라가 덮이는 사이, 하늘은 어느 한 색으로 불리기를 거부한다. 팔레트나이프로 올리고 긁고 다시 눌러 담는 동안 하늘은 배경이기를 그만두고, 화면에서 가장 느리게 움직이는 인물이 되었다.

그 아래 한 사람이 등을 보이고 서 있다. 얼굴은 반쯤 돌아가 시선이 길가의 코스모스에 닿는다. 등은 얼굴보다 정직하다. 기울어진 어깨와 늘어진 소매에는 지나온 날들이 말없이 쌓여 있다. 보는 이는 그의 얼굴을 모르기에 자기 얼굴을 대신 얹는다. 그 자리를 비워 두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그는 걷는 중일까, 멈춘 걸까.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은 한 줄기로 이어져 있되, 그가 선 자리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현재다. 현재는 이토록 좁다. 그래도 우리가 존재하는 곳은 그 좁은 자리뿐이다. 유한한 몸이 끝을 알 수 없는 하늘 아래 놓일 때, 존재는 비로소 제 무게를 얻는다.

물감은 두껍게 올렸다. 붓과 칼의 흔적이 마르지 않은 채 굳어 옷자락조차 지층처럼 보인다. 매끈한 화면은 삶을 너무 쉽게 설명해 버린다. 사는 일은 대체로 두텁고 껄끄럽고 뜻대로 펴지지 않는다. 한 번에 칠한 색은 한순간을 말하지만, 겹겹이 쌓은 색은 흘러간 시간을 말한다.

길 위에는 마른 잎이 흩어져 있고, 그 곁에서 코스모스는 아직 피어 있다. 지는 것과 피는 것이 한 뼘 간격이다. 그가 꽃에서 읽는 것이 상실인지 위안인지는 열어 두었다. 다만 마지막 꽃은 지는 줄 모르고 가장 환하게 핀다.

하늘은 무심하고 사람의 근심은 끈질기다. 그 사이의 거리를 오래 바라보는 일이, 이 그림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게 한다.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
제너러티브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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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jn2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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