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12월 29일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공항으로 착륙하던 중 불명의 이유로 랜딩 기어를 내리지 못하고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둔덕에 부딪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다음 주 4월 7일은 12·29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179명의 목숨을 빼앗은 대형참사에 대한 원인 규명은 더딘 상황이고 유가족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그 날의 진실에 대하여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회에서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객기 참사와 관련한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소위원회와 피해자 유가족 지원 및 추모사업 지원을 위한 소위원회로 나누어 6월 30일까지 활동을 하고 있지만 현재 계엄 이후 탄핵 심판 등의 이슈로 위와 같은 활동은 언론에서조차 자세히 보도되지 않고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가족과 이웃들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원인 규명에 대한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특히 참사 초기 블랙박스 기록 분석을 통하여 명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하였지만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조사위원회’라 합니다)에 따르면 블랙박스[CRV(조정실음성기록장치), FDR(비행자료기록장치)]는 충돌 전 4분간 작동되지 않아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상태입니다. 이로 인하여 현재까지도 유가족들은 참사의 원인에 대하여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가족들의 죽음을 쉽게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사고 직전 상황을 담고 있을 관제탑 교신 기록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이며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이므로 사고 직전 관제탑 교신 기록 공개가 매우 절실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조사위원회는 관련 법률(항공·철도 사고조사에 관한 법률)과 국제민간항공협약 부속서, 조사의 공정성 등을 이유로 관제탑 교신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항공ㆍ철도 사고조사에 관한 법률 제28조 제1항은 “위원회는 사고조사 과정에서 얻은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해당 또는 장래의 정확한 사고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및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8조는 비공개 대상 정보로 “6. 항공교통관제실의 기록물 및 그 녹취록”을 들고 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위 법률을 근거로 비공개하고 있는 것이는데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공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위 법률의 경우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해당 또는 장래의 정확한 사고조사에 영향을 주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및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강행규정일 경우 재량의 여지가 없음)에 해당합니다. 오히려 현재 블랙박스 기록의 부존재, 조사위원회의 제한적인 교신기록 공개(참사 초기 “메이데이”, “버드 스트라이크 고잉 어라운드”를 교신한 부분만을 선별하여 공개) 등으로 사고 원인 속단, 다른 가능성 배제, 불필요한 의혹 및 음모론 유발이 발생하고 상황에서 오히려 공익적인 요청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제민간항공협약 부속서 Annex 13) 규정에 따르더라도“기록사항에 대한 공개가 당해 조사 혹은 미래의 조사에 있어서 정보입수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그 기록이 사고, 사건조사 이외의 목적에 이용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관제탑의 교신기록이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정보 입수를 어렵게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관제탑의 교신 기록이 비공개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할 것입니다.

관제탑의 교신 기록 공개와 관련하여 해외 사례를 보면 관제탑의 교신 기록은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얼마든지 공개될 수 있는 정보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2025년 1월 29일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 근처에서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와 미 육군 헬리콥터가 공중 충돌하여 탑승자 67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에서 2025년 1월 31일 사고조사 과정에서 당시 기장과 관제탑 간의 교신 기록을 공개하였습니다. 일본의 경우 2024년 1월 2일 일본 하네다 공항 충돌사고와 관련하여 다음날인 2024년 1월 3일 관제사와 항공기 조종사 간의 교신 기록을 일본 국토교통성에서 공개하였습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관련 법률 및 국제민간항공협약 부속서의 내용을 고려하더라도 공개가 충분히 가능한 점,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제공하고자 관제탑 교신 기록을 공개하고 있는 점,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라는 공익적인 요청인 큰 사안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사고 직전 관제탑 교신 기록은 반드시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관제탑 교신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공항의 관제 업무를 담당하는 관제탑이 참사 당시 항공기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지 불필요한 추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제주항공 참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사회적 참사로 모두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입니다. 이러한 과제의 첫 단추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철저한 진상규명인 만큼 사고 직전 관제탑 교신 기록은 즉각 공개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박인동 변호사
광주지방변호사회 제주항공참사진상규명팀
화순평화의소녀상 집행위원장
화순교육복지희망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