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르르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에 문을 박차고 나가보니
허청에 쌓아놓은 연탄이 맥없이 쓰러지는 소리였다.
엄니의 힘겨운 삶에 온기를 더해줄 연탄 오백 장의 통곡

한 겨울을 대비해 어렵게 준비해 둔 것이었는데
뒤뜰 물고랑이 막혀 물줄기가 허청으로 들어와
야금야금 연탄을 먹어버린 거였다.

동네 사업으로 빈집에 잠들어 있는 연탄을 깨워내니
가슴속에 잠들어 있던 엄니의 한숨 섞인 설움이
더듬더듬 유년(幼年)을 끄집어낸다.

천장이 넘는 연탄이 울 엄니 웃는 얼굴 되어 꽃으로 피어나고
따뜻해진 아랫목에 앉아 정담을 나누는 그 시절로 돌아간다.

깨지지 않은 연탄을 골라 한쪽으로 세우시던 까만 손
검은 눈물에 얼룩진 고우시던 엄니 얼굴

이제사
엄니의 그 손을 잡고
엄니의 눈물을 닦아준다.
산더미처럼 많은 연탄을 한꺼번에 불 지펴놓고 따스함으로 안아드린다.

박현옥 시인/수필가
시인/수필가 박현옥의 글은 네이버 블로그(infewok) ‘박현옥 시인의 마음 자락’에서 바람에 물든 소소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