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원하지 않는 이상 원자력 발전이 정말 필요합니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엔지니어인 니콜라이 이사예프가 했던 말입니다. 1986년 4월 이 발전소의 네 번째 원자로에서 폭발이 발생한 지 어느덧 40년이 되어 갑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이 룩셈부르크만큼 큰 이 지역을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UN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으려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쓰라린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그 상처를 잊어버리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지역에는 자발 귀환 현지인 200여 명이 살고 있으며, 연간 1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다녀간다고 합니다.

2021년, 우크라이나 정부는 체르노빌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공식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원전 사고 현장이며, 기억, 경고, 교훈의 상징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관광, 교육, 과학적 연구 가치도 함께 고려됐습니다. 그럼에도 2025년 현재 이 원자력 발전소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등재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는 보류 상태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입니다. 또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정치적 상황 때문에 심사 및 현장 조사에 차질이 생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등재가 된다면 문화유산이 아닌 산업유산, 기억의 장소(Memory Site)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쿠시마나 히로시마처럼, 인류가 저지른 과오와 그것이 남긴 흔적을 보존하는 사례로써 의의가 있습니다.

저는 우크라이나 PWI와 오랜 기간 공동연구를 했었습니다. 고에너지를 이용한 금속 재료의 접합, 절단, 응력제거 등에 관한 것이었지요. 제 특허는 지금 두산중공업에서 사용되고, 2003년에는 Dr. Dobrushin과 공동명의로 영문텍스트 ‘Welding of Bi-metals’를 발간했었지요. 벌써 저세상에 간 그 친구가 그립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현재 한국원자력신문사의 부회장이기도 합니다.

문정기
도곡면 천암리 출생
화순저널 고문
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