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득호도(難得糊塗)
바보같이 살기 힘들다
화순저널입력 : 2023. 05. 31(수) 14:57
요즘 세상은 자신이 너무 똑똑하다고 내세우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돈만 있으면 부러울 게 없다는 졸부들이 기를 펴고 사는 세상이 돼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남에게 기죽지 않으려고 명품과 보석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한다. 어떻게든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투기꾼들의 세상. 이렇듯 세상이 어려워진 게 코로나 탓일까?

선거 때면, 자신의 정책 구상과 공약보다는 어떻게든 상대 출마자를 신상털이하며 나락으로 몰아가는 지능적인 수법까지 나라와 사회를 어지럽힌다. 넘쳐나는 인터넷 정보 탓에 게임사기, 음란물 유통, 무고한 악플과 성범죄 심지어 마약에 보이스피싱까지 말이다. 이런 생각들은 내 몸과 의식마저 더럽게 오염돼가는 기분이 들어 손을 부지런히 씻는다. 얼굴을 귀를 깔끔하게 한다.

헛똑똑이들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만의 부귀영화에 이웃은 관심 밖이다. 그러나 진정 똑똑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때로는 침묵하는 지혜로움을 선택한다는 걸 또 생각한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좌우명이며 가훈(家訓)으로서 ‘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말이 있다. 한 마디로 ’바보 되기도 참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다. 똑똑하면 걱정도 많고 남보다 한발 앞서가려고 하니 이런저런 궁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금세 누군가 뒤를 쫓아 올 것만 같아서 조급증으로 안달한다.

반면에 좀 모자란 듯한 바보는 늘 웃는다. 이래도 웃고 저래도 웃는다. 부러울 게 없다는 얼굴을 아는가. 이해득실에 얽매이면 생지옥이다. 잃고 얻음에서 무심해져야 쾌활해질 터인데, 똑똑한 사람이 똑똑함을 버리고 쾌활함을 얻기도 쉽지 않다.

난득호도(難得糊塗)를 풀어서 보면 호(糊)는 ’풀을 칠하다‘, 도(塗)는 ’바르다‘는 뜻으로 합치면 ‘풀칠하여 분명하지 않은 상태로 만든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어물어물 흐리멍덩하기가 어렵다’고 풀이가 된다. 사람은 총명하기도 어리숙하기도 어렵다. 자신의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조금은 바보같이 사는 것. 조금은 손해 보고 산다는 것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방하착(放下着)에 다름 아닌 말이다.

방하착(放下着)을 설명할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라. 내버려라’라고 쉽게 말한다. 그렇지만 마음이라는 것은 너무 무거워서 쉽사리 들어 올리기도 어렵고 내려놓기도 쉽지 않다. 마음속의 본성에 착 달라붙어 있는 집착은 떼어내기가 쉽지 않다. 마음을 내려놓기도 들어 올리기도 힘든 인생이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 게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라고 한다.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중 하나가 사람에게 실망하는 일이다. 마음은 안 하려고 해도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쉬운 게 실망하는 것이라면 결과적으로 봐서 실망이 사랑을 이기는 것 일까?

병법의 대가인 손자도 손자병법 13계-2에서 난득호도라는 말을 쓰고 있다. ‘상대에게 바보처럼 보여서 허를 찾아라. 매도 먹이를 낚아채려 할 때는 날개를 접고 낮게 난다’고 했다. 자신을 낮추고 쉽게 드러내지 않으며 어리숙함을 가장하되 어리석지 말아야 할 때는 절대 어리석게 행동하지 말라는 것(大事不糊塗)과 상대에게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여 안심시키되 지나치게 하여 의심받으면 안 된다(假痴不癲)고 하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손해 보는 것은 싫고, 가진 것도 더 가지려고 하다가 한꺼번에 잃는 경우가 있다. 입과 머리가 너무 빠르면 실수를 하게 되고 믿음이 떨어지니 머리를 숙이고 지혜를 감추고 입을 조심해야 한다. 난득호도(難得糊塗)는 결코 바보가 아니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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