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丹楓)은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과정에서 나뭇잎의 빛깔이 변하는 자연현상을 말한다. 가을에 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지면 나무는 엽록소 생산을 중단하고 이파리 안에 안토시아닌으로 색소형성을 하여 붉은색으로 변하게 된다.

안토시아닌이 없는 나무들은 카로틴과 크산토필(Xanthophyll) 색소를 나타내어 노랑 잎으로 변한다. 은행나무가 그렇고 푸른 호박이 노랗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단풍물이 드는 나무 종류도 많아서 말 그대로 형형색색의 물감과 같은 금수강산이 된다.

단풍이 시작되는 시기도 기온이 빨리 내려가는 북쪽에서부터 시작해서 남쪽으로 내려오고 산마루에서 시작하여 계곡으로 내려오는데, 이는 차가워지는 기온변화의 차이 때문이다. 이때가 되면 단풍관광에 학교 소풍 등이 절정을 이뤘는데, 이젠 코로나바이러스가 단풍놀이마저 막아버렸다.

단풍나무에 얽힌 전설은 이렇다. 「옛날 어느 나라의 왕에게 3명의 공주가 있었는데 왕이 “딸기를 제일 많이 따오는 공주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첫째 공주가 빠른 손놀림으로 다른 2명의 공주들보다 순식간에 한 바구니에 딸기를 가득 채웠다. 다른 공주들은 질투하여 첫째 공주를 죽여서 나무 아래에 묻어버렸다. 그 후로 그곳에 작은 어린나무가 자라났다. 한 목동이 그 나뭇가지를 꺾어서 피리를 불자 “나는 질투로 죽은 공주! 죽어서 단풍나무가 되었지!” 하는 소리가 나왔다. 목동이 왕에게 사실을 알렸고 대노한 왕은 두 공주를 나라밖으로 내쫓았다.」

한편 단풍나무의 이름은 라틴어 ‘Acer’에서 기원했는데, 날카롭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갈라진 잎의 뾰족뾰족한 모양에서 비롯되었다. 화투 놀이에서도 단풍은 10월을 뜻하고 숫자도 10으로 읽힌다. 10월은 단풍의 계절이다.

어린 시절에는 낙엽을 주워 책갈피에 끼우고, 예쁜 단풍잎을 얼굴에 붙여 놀며 즐거워했고 시(詩)와 노래로 불리기도 했다. 행여 비바람이 불면 가장 힘든 사람은 거리에 떨어진 낙엽들을 치워야 하는 미화부 아저씨들이었고 가을비에 젖은 들녘의 쓸쓸함이 더하던 우산 속 풍경이었다.

메이플시럽(Maple Syrup)은 단풍나무 수액을 졸여 만든 시럽인데 사실은 고로쇠나무가 단풍나무 종류에 속하기 때문에, 고로쇠 수액과도 비슷하다. 단풍나무에서도 수액 채취를 한다. 예전에는 어린 단풍잎을 삶고 우려서 나물로 먹기도 했었다.

한 우스운 예로 광양의 고로쇠가 너무 유명했던 시절에는 광양지방 외에 거제도에서 채취한 유사 고로쇠 수액을 ‘거로쇠’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조선시대 때도 궁궐에 단풍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하며 유명사찰과 고적지에도 많이 있는 점을 보면 그만큼 친근감을 주는 나무이자 자연 속에서 힐링(feeling)을 제공해주는 고마운 나무였다.

일본에서도 봄꽃놀이에 해당하는 가을 행사인 단풍사냥(모미지가리)가 있는데, 한때 귀족들이 궁중에서 연회와 함께 가을을 즐기던 행사였다.

단풍잎은 우리 손가락을 기준으로 하여 3갈래 잎은 신나무, 5갈래 잎은 고로쇠나무, 7개 잎이면 단풍나무, 9갈래 잎은 당단풍으로 구분한다.

눈을 즐겁게, 마음을 편하게, 단풍이 꾸며주는 호사스런 계절. 겨울을 향하여 이별의 손짓을 하는 단풍잎을 바라보면 곧 눈 오는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빨갛게, 노랗게 물든 산(山)을 보자면 붉은 비단이 따로 없다. 젊었을 때의 꽃처럼, 나이가 들었을 때의 단풍처럼, 곱게 단장하듯 인생 관리도 곱게 해야 한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