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동서고금 길조이자 익조
기후변화 생활지표 100종 하나로 지정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보호 대책 필요
화순저널입력 : 2022. 04. 18(월) 08:07
따뜻해지는 춘 3월이 되면 9월 9일 강남 갔던 제비가 다시 찾아 돌아온다는 삼짇날(3월 3일)이 있다. 태양의 기운이 살아나는 이 날은 제비가 옛집을 잊지 않고 찾아와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새끼들을 키우기 시작하는 때이다.

동서고금 길조이자 익조(益鳥)로 통하며 사람들한테 환영받는 제비가 새끼를 많이 낳으면 선조들은 그해 농사가 잘된다고 여기기도 했다. 마치 집 나갔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식구처럼 반가워한 것이다.

그런데 다른 새들과 다리 제비는 왜 처마 맡에만 집을 짓게 되었을까? 이론상으론 천적들을 피하기 위해 사람 사는 곳을 택한 것인데, 그에 관한 내용은 이솝우화의 <제비와 새들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농부가 아마(亞麻)씨를 밭에 뿌리는 것을 유심히 보고 있던 제비가 숲속 새들에게 “저 아마가 다 자라면 그 실로 새 잡는 그물을 만들 것이니 아마씨를 다 먹어치워 없애야 한다.” 설득했으나 다른 새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제비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어쩔 수 없이 제비는 혼자 농부를 찾아가 “새들을 잡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고 제비의 착한 마음씨에 감탄한 농부는 제비에게 함께 살도록 했다. 그날 이후 제비는 농부 집 처마에 제비집을 짓고 살게 된 반면에 다른 새들은 잡혀 죽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사람들이 착한 제비를 해조(害鳥)로 보지 않게 된 연유이기도 하다.

제비라는 단어의 말 뿌리는 관련 문헌이 적어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지만, 흥미 있는 가설이 있다. 조선족 출신 국어학자인 안옥규(安玉奎)가 쓴 어원사전(1989.11)에 따르면 제비의 어원은 ‘졉졉우는 새’로 졉(의성어)+이(접사)가 붙어서 ‘졉이’가 되었고 제비가 우는 소리인 ‘지지배배’도 ‘졉졉비비’가 원형이라고 했다.
15세기에 나온 두시언해와 훈몽자해를 보더라도 ‘져비’라 쓰여 있어 져비 → 졉이 → 제비로 변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판소리 흥부가에서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가 먼 강남지방에 다녀온 것으로 나온다.
경남 밀양의 한 연구팀이 강남으로 가는 제비의 이동 경로를 밝혀냈다. 따오기 복원으로 알려진 김성진 박사의 팀으로 2018년에 강남으로 가는 제비 10마리에 항법장치인 지오로케이터(Geolocator : 0.45mg)를 부착해 날려 보냈다. 그 결과 밀양 → 제주도 → 오키나와 → 필리핀 루손섬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을 돌아 → 대만과 중국을 거쳐서 다시 밀양으로 되돌아온 사실을 밝혀냈다.

강남제비의 이동 거리만 무려 9천km 이상을 날아온 것이다. 강남으로 떠날 때 중간집결지에 해당하는 제주도는 매년 6만 마리 이상의 제비가 거쳐 가는 곳으로 그러다 보니 하늘에서 똥 세례가 쏟아지는 경우도 있다. 이동하는 도중 쉴 곳이 없어 굶주림과 탈진하기도 한다. 또한 천적인 송골매, 황조롱이, 새매 등 천적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부상으로 인해 도중에 하차하기도 한다.

제비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맹독성농약의 사용으로 인해 주 먹이인 날곤충 사라지고 있는 것과 아파트 단지와 공단 등 주거환경의 변화로 집터를 구하는 것이 힘들어진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그 외에 월동지역의 평균기온도 갈수록 올라 새끼를 키울 시간도 부족해지고 이동 시기가 촉박해진 점이 다른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최근 10여 년 사이에 90% 이상 개체수가 줄어 들어 이제는 나비, 뻐꾸기와 더불어 생활 생태를 관측해야 하는 기후변화 생활지표 100종 하나로 지정이 됐다.

예전 시골집이면 제비가 둥지를 틀지 않는 집이 거의 없다시피 했었는데, 이젠 찾아오는 제비마저 보이지 않아 삭막감이 들 정도다. 이웃 일본에서 벌어지는 제비 보호 현장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만약 열차역 출입구에 제비가 집이라도 짓게 되면 <제비집을 건들지 말라>는 주의 안내문을 붙이고 특히 토야마현(富山縣)에서는 공사 중에 제비 둥지가 발견되자 새끼가 집을 떠날 때까지 공사 연기를 지시하기도 했다. 거기에 제비집을 철거하기 위해선 토야마현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같이 살던 사람이나 동식물이 보이지 않게 된 데는 꼭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이웃 나라에서 보여주는 대책을 교훈 삼아 숲속에 새집을 만들어 방치하는 비현실적이고 보여주기식 행사를 벗어나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문장주 문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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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jn2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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