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채 평전』2장 프롤레타리아를 꿈꾸던 청년 박현채(5)
화순저널입력 : 2021. 06. 04(금) 19:28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대꼬챙이
박현채는 부대에서 점차 인정을 받고 있었지만, 빨치산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시기였다. 빨치산은 존립을 위협받고 있었고, 대열의 동요도 심한 상태였다. 이 시기에 대열을 이탈하거나 자수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는데, 어떤 이는 낮에 자는 박현채를 굳이 깨워 이발을 해주고는 밤에 자수하기도 했다.
1951년 여름, 박현채의 부대는 화순 이서면과 화순면의 둠벙재로 옮겨왔다. 이때 화순경찰서 기동대의 공격으로 후퇴하면서 박현채는 부대 지휘권을 인계받았다. 그는 지휘관으로서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탈출로를 모색했으나 사방이 막힌 상태였다. 하지만 결사대를 조직해 활로를 뚫어 무사히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둠벙재에서의 싸움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휸울 주었고 나에게는 최초로 화선당회의 운용이라는 중요한 경험을 주는 것이었다. 화선당회의는 부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당 일꾼이 긴급한 상황에서 조선노동당의 이름으로 변칙적으로 운영하는 것이었다. 이 시기에 당 세포위원장은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했으며, 당 일꾼이 당을 운영한 후 사후에 추인하는 비정상적인 긴급한 시기의 당 운영방식이었다. 그와 같은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당 운영방식으로서 주어진 것이 세포위원장에 의한 입당 허용권이다. 화선당회의에서 세포위원장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박현채는 부대에서 정치위원들이 관료적 작풍에 물들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막중한 자리를 맡은 이후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업의 집행 과정에서 사적 소유물을 갖지 않았고,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을 대할 때에도 직위와 관련된 관계를 맺지 않으려 했다.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기간에 박현채가 사적으로 취한 것이라곤 총상 치료제인 니라마이트 한 봉지뿐이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빨치산이 합법적으로 활동했던 시기에 속화된 몇몇 정치위원들에게 박현채의 태도는 무례하게 비쳐졌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는 1951년 8월 4일 차일봉 전투에서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좌측 갈비뼈 밑에 관통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총탄이 지폐가 든 호주머니를 맞힌 덕분이었다. 입산할 때 어머니가 비상시에 사용하라고 준 지폐 뭉치가 실탄을 막아서 다행히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박현채는 부대에서 ‘대꼬챙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일상생활과 전투 준비 등에서 원칙을 주장하면서 그에 걸맞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가 연락병으로 활동하는 것을 아까워한 간부들은 20세 이상이 되어야 조선노동당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18세인 그를 입당시키려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박현채는 원칙론을 들어 간부들을 무안하게 했다. 그 자신은 ‘대꼬챙이’라는 별명을 영광스럽게 여겼다. 전투에서 총탄을 맞은 것도 원칙을 주장한 탓이었다.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진 박현채는 두 달간 병원에 있다가 복부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음에도 퇴원을 결정했다. 부대에 가보니 많은 동지들이 불귀(不歸)의 객(客)이 되어 있었다. 박현채는 연대장이었던 이태식의 배려로 연대본부에서 의식(衣食)을 해결했다. 그는 이태식의 음식을 먹고, 박현채의 급식은 이태식이 대신 배당받아 먹는 관계가 시작되었다. 이후 몸이 완치되면서 박현채는 다시 부대로 배치되었다. 일단 1대대 조선민주청년동맹 지도원이 되었다가 나중에 2중대 문화부 지도원으로 정상적인 복귀를 한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그리고 해방 뒤 남한에서 벌어진 빨치산 투쟁이 성공하지 못한 데에는 겨울철의 혹한을 그 원인 중 하나로 들 수 있다. 베트남의 호치민, 쿠바의 체 게바라, 그리고 중남미 6개국의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탁월한 전략⋅전술 탓도 있지만 열대지방의 특수성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빨치산들은 1950년 겨울에는 산간에 있던 인민들의 가옥에서 머물렀지만, 그다음 해 겨울에는 군경의 공세 때문에 길가에 무작정 잠자리를 마련하거나 산골짜기의 아지트에서 불을 피우며 잠을 잤다. 한번은 무등산 뒤 도로가를 이동하다가 소나무가 있는 황무지에서 머물러야 했다. 담요를 한 장씩 소지하고 있었기에 몇 사람이 한 조가 되어 한 장은 깔고 몇 장은 같이 덮으며 잤다고 한다. 밤에 자다가 일어나 보면 모두들 눈을 감고 있고 서 있는 것은 나무 밑에 있는 보초뿐이었다. 이런 잠자리에서 중간에 깨었다가 다시 잠드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이었는데, 이런 고통을 못 이기고 몇 사람이 투항을 하기도 했으니 그 상황을 짐작할 만하다. 빨치산 부대들은 1952년 겨울에 들어서면서부터 고정 아지트에 정착하게 된다.
보급의 경우, 초기에는 후방 부대에서 배급하는 식이었으나 이후에는 부락에 할당된 현물세에 의존했고 결국 전 성원이 자체 조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비생산적인 전투 일정이 계속되면서 보급 투쟁은 지속해서 해야 할 활동이 되어버렸다. 날마다 계속되는 보급투쟁에 부대원들은 자기 힘이 더 따라주지 못함을 한탄했다.
박현채의 부대는 1952년 2월 11일 수양산 전투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군경의 토벌작전에 대비하여 부대를 재편성했다. 이 개편에서 그는 광주소조의 정치 책임자로 임명되어 광주 지역에서 투쟁할 것을 명령받았다. 하지만 박현채는 앞서 언급했던, 광주에서의 활동을 피하려는 원칙을 피력하며 사령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갑론을박 끝에 박현채의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그 덕분에 그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박현채가 가고 싶어했던 부대가 이후 거의 전멸했던 것이다.
대꼬챙이
박현채는 부대에서 점차 인정을 받고 있었지만, 빨치산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시기였다. 빨치산은 존립을 위협받고 있었고, 대열의 동요도 심한 상태였다. 이 시기에 대열을 이탈하거나 자수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는데, 어떤 이는 낮에 자는 박현채를 굳이 깨워 이발을 해주고는 밤에 자수하기도 했다.
1951년 여름, 박현채의 부대는 화순 이서면과 화순면의 둠벙재로 옮겨왔다. 이때 화순경찰서 기동대의 공격으로 후퇴하면서 박현채는 부대 지휘권을 인계받았다. 그는 지휘관으로서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탈출로를 모색했으나 사방이 막힌 상태였다. 하지만 결사대를 조직해 활로를 뚫어 무사히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둠벙재에서의 싸움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휸울 주었고 나에게는 최초로 화선당회의 운용이라는 중요한 경험을 주는 것이었다. 화선당회의는 부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당 일꾼이 긴급한 상황에서 조선노동당의 이름으로 변칙적으로 운영하는 것이었다. 이 시기에 당 세포위원장은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했으며, 당 일꾼이 당을 운영한 후 사후에 추인하는 비정상적인 긴급한 시기의 당 운영방식이었다. 그와 같은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당 운영방식으로서 주어진 것이 세포위원장에 의한 입당 허용권이다. 화선당회의에서 세포위원장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 박현채, 「육필회고록」, 『박현채 전집』, 1, 해밀, 2006, 60쪽
박현채는 부대에서 정치위원들이 관료적 작풍에 물들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막중한 자리를 맡은 이후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업의 집행 과정에서 사적 소유물을 갖지 않았고,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을 대할 때에도 직위와 관련된 관계를 맺지 않으려 했다.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기간에 박현채가 사적으로 취한 것이라곤 총상 치료제인 니라마이트 한 봉지뿐이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빨치산이 합법적으로 활동했던 시기에 속화된 몇몇 정치위원들에게 박현채의 태도는 무례하게 비쳐졌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는 1951년 8월 4일 차일봉 전투에서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좌측 갈비뼈 밑에 관통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총탄이 지폐가 든 호주머니를 맞힌 덕분이었다. 입산할 때 어머니가 비상시에 사용하라고 준 지폐 뭉치가 실탄을 막아서 다행히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박현채는 부대에서 ‘대꼬챙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일상생활과 전투 준비 등에서 원칙을 주장하면서 그에 걸맞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가 연락병으로 활동하는 것을 아까워한 간부들은 20세 이상이 되어야 조선노동당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18세인 그를 입당시키려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박현채는 원칙론을 들어 간부들을 무안하게 했다. 그 자신은 ‘대꼬챙이’라는 별명을 영광스럽게 여겼다. 전투에서 총탄을 맞은 것도 원칙을 주장한 탓이었다.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진 박현채는 두 달간 병원에 있다가 복부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음에도 퇴원을 결정했다. 부대에 가보니 많은 동지들이 불귀(不歸)의 객(客)이 되어 있었다. 박현채는 연대장이었던 이태식의 배려로 연대본부에서 의식(衣食)을 해결했다. 그는 이태식의 음식을 먹고, 박현채의 급식은 이태식이 대신 배당받아 먹는 관계가 시작되었다. 이후 몸이 완치되면서 박현채는 다시 부대로 배치되었다. 일단 1대대 조선민주청년동맹 지도원이 되었다가 나중에 2중대 문화부 지도원으로 정상적인 복귀를 한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그리고 해방 뒤 남한에서 벌어진 빨치산 투쟁이 성공하지 못한 데에는 겨울철의 혹한을 그 원인 중 하나로 들 수 있다. 베트남의 호치민, 쿠바의 체 게바라, 그리고 중남미 6개국의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탁월한 전략⋅전술 탓도 있지만 열대지방의 특수성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빨치산들은 1950년 겨울에는 산간에 있던 인민들의 가옥에서 머물렀지만, 그다음 해 겨울에는 군경의 공세 때문에 길가에 무작정 잠자리를 마련하거나 산골짜기의 아지트에서 불을 피우며 잠을 잤다. 한번은 무등산 뒤 도로가를 이동하다가 소나무가 있는 황무지에서 머물러야 했다. 담요를 한 장씩 소지하고 있었기에 몇 사람이 한 조가 되어 한 장은 깔고 몇 장은 같이 덮으며 잤다고 한다. 밤에 자다가 일어나 보면 모두들 눈을 감고 있고 서 있는 것은 나무 밑에 있는 보초뿐이었다. 이런 잠자리에서 중간에 깨었다가 다시 잠드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이었는데, 이런 고통을 못 이기고 몇 사람이 투항을 하기도 했으니 그 상황을 짐작할 만하다. 빨치산 부대들은 1952년 겨울에 들어서면서부터 고정 아지트에 정착하게 된다.
보급의 경우, 초기에는 후방 부대에서 배급하는 식이었으나 이후에는 부락에 할당된 현물세에 의존했고 결국 전 성원이 자체 조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비생산적인 전투 일정이 계속되면서 보급 투쟁은 지속해서 해야 할 활동이 되어버렸다. 날마다 계속되는 보급투쟁에 부대원들은 자기 힘이 더 따라주지 못함을 한탄했다.
박현채의 부대는 1952년 2월 11일 수양산 전투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군경의 토벌작전에 대비하여 부대를 재편성했다. 이 개편에서 그는 광주소조의 정치 책임자로 임명되어 광주 지역에서 투쟁할 것을 명령받았다. 하지만 박현채는 앞서 언급했던, 광주에서의 활동을 피하려는 원칙을 피력하며 사령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갑론을박 끝에 박현채의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그 덕분에 그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박현채가 가고 싶어했던 부대가 이후 거의 전멸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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