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은 가능성을 이미 갖춘 지역이다. 광주와 인접한 입지, 전국 유일의 백신·바이오 특화단지, 국립의과대학및 대학교병원, 폐광과 문화유산,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까지 다양한 자원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 자원들이 서로 연결되지 못한 채 제각기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가능성은 있지만, 구조가 없다.

국가적 투자가 이뤄진 바이오산업단지는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와 바이오인력 양성 캠퍼스를 기반으로 성장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 유치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내 전문 교육기관이 없어, 산업과 지역사회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광주권 대학, 특성화고 등과 연계한 실무 중심의 인재 양성 체계가 필요하다. 산업은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관광 역시 단편적 이벤트와 조형물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야 한다. 화순의 폐광, 숲, 농촌, 문화유산은 단순히 보여주는 대상이 아니라, 경험하고 머무를 수 있는 이야기 자산이다. 힐링 중심의 체류형 콘텐츠로 재구성돼야 한다.

농업은 기술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스마트 장비 보급보다 청년이 살 수 있는 주거, 교육, 돌봄, 공동체 기반이 선행돼야 한다. 농촌이 삶의 터전이 되어야 지속이 가능하다.

고령화 대응을 위한 돌봄마을도 마찬가지다. 공간은 생겼지만, 주민이 직접 운영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생활형 경제 구조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돌봄은 복지를 넘어 마을의 자립 기반이 되어야 한다.

화순의 과제는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그 자원들을 하나로 꿰어내는 통합적 전략의 부재다. 이제는 각 부문의 정책과 사업을 ‘스마트 힐링 도시’라는 하나의 비전 아래 연결해야 한다. 산업, 농업, 복지, 관광, 정주 환경이 삶 속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지금 화순이 바꿔야 할 것은 삶의 구조다.

• 산업은 단지에서 교육·채용이 연결된 플랫폼으로
• 관광은 이벤트에서 체류형 힐링 경험으로
• 농업은 장비보다 청년 정주 기반으로
• 돌봄은 시범사업에서 주민 주도형 생활 경제로
• 행정은 분절에서 전략적 통합 체계로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바꾸지 못한다면, 화순은 또 한 번 ‘가능성만 이야기했던 지역’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제는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야 할 시간이다.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

* 위 기고문은 화순저널 데스크의 입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