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명품 산책길, 화순에서 걸어요
피톤치드 가득한 편백숲길을 맨발로 걸어봐요
화순 남산공원, 동면 철로 등에서 맨발걷기 가능
최순희 시민기자입력 : 2023. 12. 05(화) 10:58
만연산 맨발 산책로
금년 적벽 투어가 끝났다. 3월 21일 꽃과 함께 시작하여 11월 30일 단풍 보며 마감했다. 화순군이 적벽 관리권을 가져와 셔틀버스로 행한 첫 행사였다. 군민은 물론 관광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참여한 문화관광해설사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투어 종료로 그 만큼의 시간 여유가 생겼다. 미루어 왔던 일을 했다. 운동도 유행을 탄다. 올해엔 단연 맨발걷기였다. 화순에도 남산공원, 동면 철로 등에서 가능하다.

추운 날은 맨발로 걷기에 부담이 있다. 웬만한 마니아가 아니라면 엄두를 내지 못한다. 미루어 왔던 체험인데 아쉽다. 맨발걷기 체험 대신 이곳저곳 산책을 했다. 내년에 맨발걷기 할 장소를 고를 답사 겸해서.

11월 28일 낮, 능주 지석천으로 갔다. 영벽정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억새가 물에서 어우러졌다. 경전선 철교를 기차가 기적 소리 울리며 지날 듯했다. 풍광에 취해 물길 따라 오르내리며 걷고 또 걸었다. 세월의 흔적이 깊은 왕버들나무는 노거수의 품위가 당당했다. 햇살 아래서 빛났다.

다음 날은 만연산을 찿았다. 유천리 주차장에서 출발해 만연폭포를 거쳐 큰재로 향했다. 붉고 노란 단풍 길을 걷고 멈추기를 반복했다. 처음엔 눈에만 나중엔 사진으로 담았다. 스마트폰이 바빴다. 단풍 아래서 사랑받는 여자처럼 행복했다.

단풍 사이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만연폭포다. 남과 여로 구분되어 두 줄기가 떨어졌다. 더 추워야 고드름이 열리려나. 물줄기에 실려 옛 이야기도 흐른다.

만석이와 만연이는 사랑이 깊었다. 어느 해 만석이가 군역을 치르기 위해 집을 떠났다. 만연이는 만석이를 기다렸다. 한해 두해 세월은 더해가고 만석이는 소식이 없었다. 혼기는 넘었고, 부모님은 재촉하고 더는 기다릴 수는 없었다.

혼인식 날 하객으로 온 만석이를 보았다. 만연이는 첫날밤을 치루지 않고 도망쳤다. 이승에서 못 다한 사랑 저승에서 이루자며 만석이와 만연이는 부둥켜 안고 돌 아래로 떨어졌다. 그들이 죽은 자리에 물이 생겨나더니 폭포가 되었다. 만연이의 사연이 더 애틋했나 보다, 만연폭포라 불렸다.

만연폭포를 지나 청아한 숲의 향기 벗 삼아 삼십여 분 걸었을까. 큰재가 보였다. 조금 가팔랐지만 찻길과 가깝고 간간히 보이는 단풍과 석산(꽃무릇)의 푸른빛이 힘을 주었다. 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는 파란 잎이 대견해 보였다. 붉은 꽃이 한창일 9월에 오면 장관일 듯싶다.

큰재는 화순의 자랑이다.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화순 주민들의 건강 다짐 길이기도 하다. 큰재를 넘어서면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탁 트인 풍광이 펼쳐진다. 수만리 생태숲이 있고 커피 가게가 있고 방목 흑염소 음식점도 있다. 오감만족이다.

맨발걷기 길도 있었다. 길은 평평했다. 남녀노소 누구든 편하게 걸을 수 있겠다 싶었다. 찾는 사람이 많았다. 맨발로 걸어볼까 잠시 망설였다. 추위에 굴복했다. 신발을 신고 걸어도 좋았다. 숲은 향기로웠고 공기는 맑았다. 편안하고 차분했다. 흙길이어서 그랬는지 발도 편하고 몸도 가벼웠다.

너릿재 옛길은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바쁜 일상을 쪼개서라도 가끔 숲을 찾아 나를 돌아보고 숲의 주는 혜택을 누려 보면 더욱 행복한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가을의 끝자락에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들을 밟으며 옛 사람 떠올렸다. 그 이름 시몬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코트자락에 실어 이렇게 했었지. "시몬, 너는 아는가 낙엽 밟은 소리를...."
최순희 시민기자

hsjn2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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