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하는 쌍봉사는 송광사의 말사 신라 경문왕 때 철감선사가 중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산수의 수려함을 보고 창건한 사찰이다. 운주사만큼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국보와 보물을 소장하고 있으면서 발길이 적어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가용이 편한데 네비게이션에 ‘화순군 이양면 증리 쌍봉사’를 입력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의 백미는 기차여행·버스여행이 아닐까 싶다. 광주 광천터미널(유스퀘어)에서 ‘218-1번’ 화순군내버스를 타면 쌍봉사까지 한 시간 반 남짓 걸린다. 화순읍을 거쳐 능주면과 춘양면과 이양면을 지나는 다소 불편하지만 낭만이 느껴지는 길이다.

‘남도한바퀴’를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전라남도를 적은 비용으로 해설사가 동행하여 보다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남도를 한바퀴 도는 버스투어인데, KTX를 타고 오는 사람과 고속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들을 위한 투어이다. 서울과 광주가 2시간 대로 연결되면서 아침 일찍 내려와서 하루 종일 남도를 둘러보고 올라가는 관광객도 많이 늘었다.

“남해 오션 뷰; 화순·보성 드라이브” 코스에서 첫 번째 방문하는 곳인데,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20분 광주광천터미널에서 출발해 광주 송정역을 경유하는 코스로 첫 번째 방문지가 쌍봉사이다.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 33선에 포함된 쌍봉사는 통일신라시대에 창건했다. 구산선문 중 하나인 사자산문이 시작된 곳으로 불교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철감선사가 기초를 마련하였고, 이곳에서 그의 뒤를 이어받은 징효가 영월의 흥녕사에서 사자산문을 열게 됐다.

우리나라에 선불교는 신라 현덕왕 때부터다. 서당 지장의 선법을 전해 받고, 826년에 귀국한 이후부터 선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 후 당에서 선을 공부하고 돌아온 유학승들이 신라 말과 고려 초에 형성된 아홉 곳에 선문을 열게 된 것이다.

구산선문은 신라 말기부터 고려 초기까지 중국 달마의 선법을 이어받아 그 선풍을 지켜 온 아홉 개의 산문을 말하는데, 그것은 실상산문· 가지산문·사굴산문·동리산문·성주산문·사자산문·봉림산문·희양산문·수미산문 등이다.

쌍봉사는 고려 무신정권과도 인연이 있다. 최충헌에서 시작된 최씨 정권의 제3대 집정자인 최항이 젊은 시절 만전이라는 이름으로 쌍봉사에서 주지를 지낸 적이 있다. 고려사 열전에 전하는 바로는 무뢰배 승려들을 모아다가 문도로 삼고 오직 재물을 늘리는 것만 일삼으니, 금과 비단을 엄청나게 모았다는 기록이 전해지는데, 만전은 환속 후에 이름을 최항으로 고치고 최씨 정권을 이어받았다.
대표 유물은 대웅전이었다. 조선 후기 목탑형 사찰 건물로 1963년 보물로 지정됐지만, 1984년에 소실됐다. 1986년에 다시 지었지만 세부적인 부분까지 복원하지 못해 문화재 지정이 해제되었다. 법주사 팔상전과 같은 형식으로 목조 탑파 양식 연구에 중요한 건축물이다.

국보 제57호로 지정된 쌍봉사 철감선사탑과 보물 제170호 지정된 쌍봉사 철감선사 탑비도 빼 놓을 수 없는데, 통일신라시대의 돌로 만든 조형물 중에 으뜸이라고 한다.

가까이에 조선시대 때 기묘사화로 유배당한 후 죽은 조광조의 초분지와, 시신을 옮기고 묻은 학포 양팽손 선생의 학포당이 있다. 한말 의병활동을 했던 쌍산의소도 들러볼만 하다.

구산선문의 기초를 닦았던 통일신라시대의 고즈넉한 산사에서 뜨거운 여름날을 식혀보는 것은 어떨까?

최순희 전남문화관광해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