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음악가, 시대별 음악, 여러가지 이야기와 함께 소개
음악은 인간이 현재를 인식하는 유일한 영역
화순저널입력 : 2022. 01. 17(월) 15:24
사람의 삶은 생존을 위한 경제 활동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학문 체육 종교 예술 등 여러 활동의 중첩으로 구성된다. 그중 예술의 창조와 향유는 정서와 감수성을 고양하여 사람을 미적 존재로 승화한다. 예술은 회화 음악 무용 문학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예술의 하나는 음악이 아닌가 싶다. 음악에는 여러 장르가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흔히 즐겨하는 음악은 아마도 대중음악일 것이다. 방송 등 여러 매체가 폭격하듯이 제공하는 대중음악 과잉의 시대이다. 사람들은 어쩌면 오늘 대중가요에 지나치게 결박된 포로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는 서양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책이다. 지은이가 “중학교 1학년 때 누나가 듣던 LP판에서 흘러나오는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을 듣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충격”을 받은 이래 인생의 황혼에 이르기까지 일생동안 클래식과 일관해온 여정을 그의 경험과 가족사를 곁들여 들려준다. 그와 더불어 음악가별, 시대별 음악의 특색과 각 음악가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 삶 사랑 고뇌 등을 여러 숨은 이야기와 버무려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모두 7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 1악장 비발디로부터 시작하여 2악장 모차르트, 3악장 베토벤 등을 거쳐 7악장의 말러, 윤이상 등에 이르기까지 작곡가 27명의 음악과 클래식 400년의 역사를 관통하며 그 윤곽을 파악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을 대개 생소하거나 어려우며 지루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알게 모르게 클래식 음악을 접하며 산다.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부분적으로 접한 기억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방송 광고 영화 등 여러 매체를 통해서도 자주 접하고 있다. 예컨대 옛날 MBC 장학퀴즈는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과 더불어 시작하곤 했다. 특히 영화의 경우는 수많은 작품들이 클래식의 선율을 화면 가득히 들려준다. 몇 편 예를 들자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A장조 2악장을, 그리고 ‘플레툰’은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등이 화면의 배경을 수놓는다.

또한 우리들의 기억에 남는 영화 중 하나인 ‘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의 광기를 다룬 영화인데 미군 헬기가 베트남의 평화로운 마을을 잿더미로 만드는 장면에서 리하르트 바그너의 발퀴레의 말달리기가 음산하고 공포스럽게 흐른다. 발퀴레의 말달리기는 1부 라인의 황금, 2부 발퀴레, 3부 지크프리트 ,4부 신들의 황혼으로 모두 4부작으로 구성된 니벨룽의 반지 중 2부 발퀴레의 제3막 전주곡이다.

스웨덴의 귀족 출신 젊은 장교와 덴마크 곡마단 아가씨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엘비라 마디간’은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 2악장 안단테가 끊임없이 흐른다. 지은이는 피아노협주곡 21번 2악장 안단테가 아버지와 불화하던 모차르트가 아버지의 피아노 소나타 2악장의 한 대목을 오마주하면서 아버지에게 존경을 표함으로써 극적으로 화해를 불러온 작품이라고 전한다.

일제강점기 독립군의 활동과 친일파 처단을 그린 우리 영화 ‘암살’에도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와 신세계 교향곡 2악장이 관객들의 마음을 적신다.

“음악은 인간이 현재를 인식하는 유일한 영역이다. 인간은 본성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현재의 범주에 실체와 안정을 부여할 수 없으며 시간의 흐름에, 즉 과거와 미래라는 범주에 굴복한다.

음악 현상은 인간과 시간 사이의 조정을 포함하여 사물의 질서를 확립하려는 유일한 목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다.”

(Music is the only sole domain in which man realizes the present. By the imperfection of his nature, man is doomed to submit to the passage of time -to its categories of past and future -without ever being able to give substance, and therefore stability, to the category of the present.

The phenomenon of music is given to us with the sole purpose of establishing an order in things, including, and particularly, the coordination between man and time.)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의 발언이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현재를 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은 과거의 늪에 얽매이거나 불명확한 미래의 수인(囚人)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에 직접 호소하며, 슈베르트가 노래했듯이 “ …인생의 거친 쳇바퀴에 나를 끼워 맞추던 그 숱한 회색빛 시간 속에서, …내 마음을 따뜻한 사랑으로 불 지피”(… in wieviel grauen Stunden, Wo mich des Lebens wilder Kreis umstrikt, …mein Herz zu warmer Lieb entzunden)면서, 온전하고 충일한 현재의 순간으로 나를 초대하는 신비로운 하나의 마법이 아닐까?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는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음악의 향유를 소망하고 삶의 현재를 풍요롭게 인식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클래식이라는 음악의 세계로 한 발짝 더 가깝게 인도하는 친절하고 흥미로운 입문서이자 안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통령 선거를 두 달 남짓 앞두고 있다. 각 당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의 선택을 소리 높여 호소하고 있다. 맹자는 제(齊)나라 선(宣)왕을 만난 자리에서 음악을 논한다. 선왕이 자신은 예악보다는 세속의 음악을 더 좋아한다고 고백하자 맹자는 어떤 음악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음악을 백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정치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여민동락’(與民同樂)할 수 있는 후보는 누구일까?

<김다록 자유기고가>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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