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20일 개막식을 앞두고 있는 천불천탑사진문화관 ‘돌의 형상’ 사진전, 이번 전시회의 초대 작가 오상조 관장을 만나 ‘돌’과 ‘작가’와의 깊고 오래된 인연에 대한 이야기와 전시관에 출품된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하나하나 들었다. 각 작품에 대한 감상과 이해를 돕는 영상은 추후 편집해서 개막식 즈음 올릴 예정이다.<편집자 주>

‘돌’은 ‘자연’이다. 그 자연에 사람의 손이 닿아서 남긴 흔적이 ‘돌의 형상’이다. 당시 사람들이 살았던 환경과 사상이 그 돌에 흔적으로 새겨진 것이다. 돌의 흔적은 우리 선조들의 손때가 묻어 있는 가장 한국적이고 원형적인 풍경이다. 이런 돌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30년간 해 왔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1991년부터 2020년까지의 작품들이다.

젊었을 때는 ‘사람’을 시리즈로 다뤘다. 1970년도는 ‘남도 사람들’을, 1980년대는 청학동의 ‘청학동 사람들’을 주제로 작업을 했다. 남도 사람들은 사람들을 기념사진 스타일로 배경처럼 나오도록 했고, 청학동 사람들은 이상향의 땅을 찾아서, 삶터를 찾아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종교와 전통을 지키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 다음 작업이 ‘운주사’였다. 1984년도에 내려와 석불과 석탑 등 2권의 책을 낼 만큼 작품활동에 몰입했다.

이후 집중적으로 당산나무를 찍었는데 운주사는 국가지킴이 성격의 비보사찰적인 신앙적인 사찰이라면 당산나무는 마을지킴이라는 상징물이다.

당산나무 아래에 튼튼한 돌의 형태를 세우는데, 선돌이나 문인석, 장승 등이다. 이런 것들이 민간신앙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 마을 사람들의 평화와 안정, 질서를 염원하는 곳이기도 하고 악귀를 막아주는 기능과 경계를 표시하는 좌표가 됐다.

그 다음은 계룡산성, 진도 남도석성, 강진의 병영성 등 성곽을 주제로 작업을 했다. 성곽은 나라를 수호하는 경계, 지역을 지키는 경계이다. 개인집으로 보면 돌담이 성곽에 해당된다.

돌담은 오래가기 때문에 성곽같이 쌓는다. 이때 돌만으로 쌓느냐, 흙하고 돌을 섞어 쌓느냐에 따라 형태나 강도가 달라진다. 이것이 성곽이나 돌담에서 볼 수 있는 우리의 문화이다.

이후 징검다리, 비석, 불교쪽의 마애불 등을 찾아 작업을 해 왔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나라의 고대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는 최고의 유적들이다.

돌의 흔적을 찾아 몇 십년씩 작업을 한 것에 대한 의미나 가치를 이야기하자면, 우리 주변에 있는 돌로 옛 선조들의 문화를 탐구했다는 거 정도이다. 특별히 잘 찍은 것도 잘하는 것도 못 된다. 하지만 자료적인 가치가 있었고 돌에 깃든 우리 선조들의 숨결과 사상, 철학 등을 발견하면서 재미도 있었다.

이번 ‘돌의 형상’ 관람하는 분들도, 돌에 새겨진 우리 선조들의 오래된 손길과 아직도 살아 숨 쉬며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하길 바란다. 그러면서 작은 즐거움과 평안을 얻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돌의 형상'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오상조 사진작가<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