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가르침과 정찬주 작가의 통찰언어가 빚어낸 산문집
정찬주 작가의 『행복한 무소유』
김지유입력 : 2021. 03. 18(목) 06:59
2006년 여름 불일암에서 법정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는 정찬주 작가
무소유가 지향하는 것은 나눔의 세상이다.
나눔은 자비와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자비와 사랑은 인간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행복한 무소유>의 표지 잠언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무소유가 아니다.
무소유란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 법정 스님 -

법정 스님께서 인도에 가셨다가 간디기념관에서 선물로 사 오신 세 마리 원숭이 상이 있다. 세 마리 원숭이는 손으로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한 마리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고, 나머지 한 마리는 손으로 귀를 가리고 있다.

스님께서 불일암에 갔을 때 내게 주시면서 설명하셨다.
손으로 입을 가린 것은 나쁜 말을 하지말고,
눈을 가린 것은 나쁜 것을 보지 말고,
귀를 가린 것은 나쁜 소리를 듣지 말라는 뜻이라고.

그때 나는 스님의 말씀을 반대로 바꾸어 마음에 새겼다.

입은 좋은 말을 하라고 있고,
눈은 좋은 세상을 보라고 있으며,
귀는 좋은 소리를 들으라고 있는 것이니
매사에 언행을 조심하라는 뜻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행복은 돈이나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밤새 내리는 봄비에, 잠든 세상을 깨우는 산새 소리에, 목련 꽃봉오리가 개화할 때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 정찬주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렇듯 정찬주 작가는 ‘행복한 무소유’를 통해 산방 이불재에서 또 이불재 바깥 세상에서 몸소 겪은 소소한 삶 속에서의 성찰, 깨달은 바들을 쉽고도 정련된 언어들로 대지를 적시는 봄비처럼 가만가만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작가는 계당산의 빗방울이, 만나는 바람에 의해 섬진강이 되기도 하고 영산강에 섞이기도 한다는 비유를 통해 '인연'과 '만남'이 인생길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통찰을 우리에게 쉽게 전해주고 있다.

계당산은 내가 은거하듯 살고 있는 화순군과 보성군을 경계 짓는 꽤 높은 산이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인생을 사유하게 하는 산이다.
계당산 허공의 빗방울은 화순군에서 불어가는 바람을 만나면 보성강으로 갔다가 섬진강이 된다. 반대로 그 빗방울이 보성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만나면 화순의 지석강을 흐르다가 영산강에 섞인다. 어느 바람과 인연을 맺느냐에 따라 빗방울의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길이 크건 작건 달라진다.

심혼에 불을 당겨주는 스승이나 좋은 친구 덕분에 인생길이 바뀌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도 역시도 마찬가지다. 단비와 같은 인복(人福)이 없었다면 내 삶에 꽃이 피기는커녕 흑풍(黑風)이 부는 사막처럼 무미건조하지 않았을까 싶다. _133~134쪽

<저자 소개 >
지은이 정찬주
자기만의 꽃을 피워낸 역사적 인물과 수행자들의 정신세계를 탐구해온 작가 정찬주는 1983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작가가 된 이래, 자신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변함없이 천착하고 있다.
호는 벽록(檗綠).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국어교사로 교단에 잠시 섰고, 〈샘터〉 편집자로 법정스님 책을 만들면서 스님의 각별한 재가제자가 되었다.
법정스님에게서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받았다.
2002년 전남 화순 계당산 산자락에 산방 이불재(耳佛齋)를 지어 현재까지 집필에만 전념 중이다.

장편소설로는 《산은 산 물은 물》, 《소설 무소유》, 《다산의 사랑》, 《이순신의 7년》(전 7권), 《천강에 비친 달》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암자로 가는 길》(전3권),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자기를 속이지 말라》, 《선방 가는 길》, 《정찬주의 다인기행》, 《법정스님 인생응원가》, 《법정스님의 뒷모습》, 《불국기행》 등이 있다.
동화로는 《마음을 담는 그릇》, 《바보 동자》 등이 있다.
행원문학상, 동국문학상, 화쟁문화대상,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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