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세발자전거의 주인은 일본 아이일 것입니다. 혹시나 우리나라의 아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의 이름이 ‘Shin’으로만 표기돼 있기 때문입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으로 수많은 일본인뿐 아니라 한국인 또한 숨졌습니다. 그날 사망자는 14만 명, 그중 한국인은 최소 2만 명에 이릅니다. 이중성격의 일본인은 ‘미제의 원흉이 평화를 사랑하는 일본 사람을 무차별하게 죽였다’고 합니다. 1976년 일본에 공부하러 갔을 때 직접 들었던 그들의 변이지요. 일본 어디에서도 반성의 표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원폭 이후 8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은 여전히 불편한 이웃, 그 이상입니다.

제가 확인한 이 사진은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広島平和記念資料館)에 전시되어 있는 유명한 유물, 바로 어린이 세발자전거입니다. 이 자전거는 당시 히로시마에 살던 3살 소년 ‘신노스케(しんのすけ)’의 것이었습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는 그 시간 신노스케는 집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고, 폭발과 함께 심각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아이는 그날 밤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자전거와 함께 집 근처 정원에 매장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1985년경, 이 유물은 다시 발굴됐습니다. 1991년 이후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에 전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 사람은 아닙니다만, 사진에서 보듯이 세발자전거와 철제 헬멧 모두 강한 열기와 충격 때문에 녹슬고 변형된 상태입니다.

어느 나라의 아이인지를 넘어서, 이 세발자전거는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비극을 보여주는 하나의 강력한 상징입니다. 그래서 히로시마 자료관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는 유물 중 하나입니다. 원폭의 비극이 “아이들까지 희생시켰다”는 메시지를 전하지요.

지난 8월 6일, 저는 시민단체와 함께 일본에서 열리는 히로시마 한국인원폭희생자의 위령제에 참석하려다 제 개인의 불가피한 사유로 가지 못했습니다. 아쉽기도 하거니와 너무 죄스러워 오래전 제 글을 찾아 수정 보완해서 이 글을 다시 씁니다. 원폭 이후 수년간의 후유증까지 포함하여 명을 달리한 20여만 명의 사망자의 명복을 빕니다.

문정기
도곡면 천암리 출생
화순저널 고문
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