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무원들, 해법은?
화순저널입력 : 2024. 12. 03(화) 19:11
문행주 전 전남도의원.
MZ 공무원 10명 중 7~8명 “퇴직 생각한 적 있다”
얼마 전 신문 사회면 헤드라인이다.
요즘 공무원 사회가 위기다.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MZ세대 공무원들이 공직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중도에 떠나기 다반사라고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공무원 근무환경 인식조사에 의하면 MZ세대 공무원의 75.5가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유로는 낮은 임금(65%), 불필요한 행정(55%), 악성 민원(49%), 이상한 조직문화(16%) 등을 꼽았다.
경기 불황과 4차산업혁명의 여파로 만성적인 고용불안과 청년실업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어렵게 얻은 공직을 떠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을 달리는 기관차에 비유한다면 공무원은 기관에 해당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기관이 망가져 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직업을 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애써 얻은 직장을 떠난다는 것은 그 일이 먹고사는 문제도, 일을 통한 보람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뜻이다.
언제부턴가 공무원들이 흔히 자신들을 가리켜 정부미라는 자조적인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요즘 나라미로 개명한 정부미는 원래 기초생활수급자나 빈곤한 영세민, 독거노인 등의 재난구호를 목적으로 국공립기관에 방출하던 묵힌 쌀을 가공한 질 낮은 쌀의 상징이었다. 한때 대한민국의 기틀을 닦고 경제부흥의 동력이자 엔진임을 자부했던 대한민국의 공무원들이 어쩌다 이렇게 자신들을 저질의 정부미에 비유하는 신세가 되었을까?
저성장과 고용 한파 속에서 애써 얻은 직장에 대해 긍지를 갖기는커녕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자부심과 만족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곧, 주민들에 대한 행정복지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심각한 문제다.
압축성장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변화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대한민국의 급속한 발전과정에서의 두 가지 핵심 동력으로 흔히 관료집단의 추진력과 산업인력의 전문성을 예로 든다. 이렇게 대한민국 성장동력의 중추임을 자부했던 공무원의 사기가 급전직하로 떨어진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에 심각한 적신호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무엇 때문일까? 우선 무엇보다도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서 오는 경제적 보상체계 때문이다. 과거 공무원들의 메리트는 호봉에 따른 임금인상과 비교적 노후를 탄탄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는 연금에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공무원 연금개혁 이후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구조의 변화로 공무원들의 실질적인 노후 복지에 대한 기대는 많이 떨어졌다. 더욱이 베이비부머 세대와 요즘 MZ세대 간의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낮은 임금에도 안정성과 노후연금을 공무원의 메리트로 생각하며 버텼는데, 타 직종에 비해 상대적 소득이 현저히 떨어진 게 사실이다. 과거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시대에 주어졌던 공무원들의 긍지가 오히려 민주화 시대의 구조적 불평등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하루빨리 실질적인 임금 안정과 종합적인 연금개혁을 통해 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공무원 사회의 동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 MZ세대들의 문화적 인식의 변화에 따른 조직문화와의 갈등이다. 권위주의 문화의 소통구조는 본질적으로 상명하달이다. 설득과 합의보다 명령과 지배가 기본이다. 수직적 지배 구조 속에서 오랫동안 길든 질서의 본보기가 관료사회라 할 수 있다. 다른 기업조직보다 변화와 혁신도 느리다.
개인주의와 경쾌한 수평적 문화에 길든 MZ세대들에게 합리성이 낮은 수직적인 상명하달식 문화에 적응하라고 하는 것은 폭력이다. 또한 시간 외 근무나 회식문화 등 비합리적이고 낭비적인 공직문화를 쇄신함으로써 신·구세력 간의 갈등을 줄이고 자율적 행정을 정착시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셋째, 공무원들의 사회적 지위와 명예가 보장되어야 한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기업조직의 노동자들에 비해 공무원들의 경제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이를 보상해주는 것이 바로 사회적 지위다.
한 나라의 행정은 사회경제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제도적 장치로써, 법률적 강제를 통한 권위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공무원은 행정을 통해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적 권위를 보장받아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정통성을 국가적 폭력에 의존했지만 민주화 시대에는 합리적 설득으로 대체한다.
얼마 전 코로나19로 사회적 위기에 빠졌을 때 최일선에서 차분히 대처헤 국가적 신인도가 높아지고 보건행정과 공직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국민들은 공무원에게 나라가 이룩한 모든 부와 행복은 국민에게 먼저 누리게 해주고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나서서 수습하고 해결해주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로 그 영광을 대신하기를 원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무원에게는 늘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철밥통, 복지부동과 무사안일, 세금 도둑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의 이면에는 과거 힘들었던 시절 공무원들에 대한 부러움도 섞여 있다. 공무원의 역할과 지위는 그 사회의 수준을 재는 잣대와 같다. 공무원은 한 나라가 가려고 하는 총체적인 방향과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공무원들이 부패하거나, 공직사회를 떠나려 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부디 MZ세대 공무원들이 긍지를 갖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공직사회가 변화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문행주
전 전남도의원
얼마 전 신문 사회면 헤드라인이다.
요즘 공무원 사회가 위기다.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MZ세대 공무원들이 공직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중도에 떠나기 다반사라고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공무원 근무환경 인식조사에 의하면 MZ세대 공무원의 75.5가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유로는 낮은 임금(65%), 불필요한 행정(55%), 악성 민원(49%), 이상한 조직문화(16%) 등을 꼽았다.
경기 불황과 4차산업혁명의 여파로 만성적인 고용불안과 청년실업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어렵게 얻은 공직을 떠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을 달리는 기관차에 비유한다면 공무원은 기관에 해당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기관이 망가져 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직업을 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애써 얻은 직장을 떠난다는 것은 그 일이 먹고사는 문제도, 일을 통한 보람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뜻이다.
언제부턴가 공무원들이 흔히 자신들을 가리켜 정부미라는 자조적인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요즘 나라미로 개명한 정부미는 원래 기초생활수급자나 빈곤한 영세민, 독거노인 등의 재난구호를 목적으로 국공립기관에 방출하던 묵힌 쌀을 가공한 질 낮은 쌀의 상징이었다. 한때 대한민국의 기틀을 닦고 경제부흥의 동력이자 엔진임을 자부했던 대한민국의 공무원들이 어쩌다 이렇게 자신들을 저질의 정부미에 비유하는 신세가 되었을까?
저성장과 고용 한파 속에서 애써 얻은 직장에 대해 긍지를 갖기는커녕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자부심과 만족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곧, 주민들에 대한 행정복지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심각한 문제다.
압축성장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변화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대한민국의 급속한 발전과정에서의 두 가지 핵심 동력으로 흔히 관료집단의 추진력과 산업인력의 전문성을 예로 든다. 이렇게 대한민국 성장동력의 중추임을 자부했던 공무원의 사기가 급전직하로 떨어진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에 심각한 적신호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무엇 때문일까? 우선 무엇보다도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서 오는 경제적 보상체계 때문이다. 과거 공무원들의 메리트는 호봉에 따른 임금인상과 비교적 노후를 탄탄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는 연금에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공무원 연금개혁 이후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구조의 변화로 공무원들의 실질적인 노후 복지에 대한 기대는 많이 떨어졌다. 더욱이 베이비부머 세대와 요즘 MZ세대 간의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낮은 임금에도 안정성과 노후연금을 공무원의 메리트로 생각하며 버텼는데, 타 직종에 비해 상대적 소득이 현저히 떨어진 게 사실이다. 과거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시대에 주어졌던 공무원들의 긍지가 오히려 민주화 시대의 구조적 불평등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하루빨리 실질적인 임금 안정과 종합적인 연금개혁을 통해 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공무원 사회의 동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 MZ세대들의 문화적 인식의 변화에 따른 조직문화와의 갈등이다. 권위주의 문화의 소통구조는 본질적으로 상명하달이다. 설득과 합의보다 명령과 지배가 기본이다. 수직적 지배 구조 속에서 오랫동안 길든 질서의 본보기가 관료사회라 할 수 있다. 다른 기업조직보다 변화와 혁신도 느리다.
개인주의와 경쾌한 수평적 문화에 길든 MZ세대들에게 합리성이 낮은 수직적인 상명하달식 문화에 적응하라고 하는 것은 폭력이다. 또한 시간 외 근무나 회식문화 등 비합리적이고 낭비적인 공직문화를 쇄신함으로써 신·구세력 간의 갈등을 줄이고 자율적 행정을 정착시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셋째, 공무원들의 사회적 지위와 명예가 보장되어야 한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기업조직의 노동자들에 비해 공무원들의 경제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이를 보상해주는 것이 바로 사회적 지위다.
한 나라의 행정은 사회경제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제도적 장치로써, 법률적 강제를 통한 권위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공무원은 행정을 통해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적 권위를 보장받아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정통성을 국가적 폭력에 의존했지만 민주화 시대에는 합리적 설득으로 대체한다.
얼마 전 코로나19로 사회적 위기에 빠졌을 때 최일선에서 차분히 대처헤 국가적 신인도가 높아지고 보건행정과 공직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국민들은 공무원에게 나라가 이룩한 모든 부와 행복은 국민에게 먼저 누리게 해주고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나서서 수습하고 해결해주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로 그 영광을 대신하기를 원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무원에게는 늘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철밥통, 복지부동과 무사안일, 세금 도둑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의 이면에는 과거 힘들었던 시절 공무원들에 대한 부러움도 섞여 있다. 공무원의 역할과 지위는 그 사회의 수준을 재는 잣대와 같다. 공무원은 한 나라가 가려고 하는 총체적인 방향과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공무원들이 부패하거나, 공직사회를 떠나려 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부디 MZ세대 공무원들이 긍지를 갖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공직사회가 변화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문행주
전 전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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