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구복규 화순군수는 변화와 혁신을 기조로 화순군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발굴하고 시행하고 있다.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만원임대주택’ 등의 인구 정책이 우려를 딛고 큰 성과를 거둔 반면, 부자 농촌 실현을 위해 신소득 작물로 선정한 ‘난(蘭) 산업화’ 사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지숙 군의원은 지난 3월, “2023년 두 차례나 개최된 난 대회의 실적 보고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행정 절차가 생략되는 등 난 관련 산업만 날개를 달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난 산업이 어떤 근거로 속도전에 나서는지 궁금하다.”며 춘란 산업이 각종 특혜를 누리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돈 있는 사람들의 취미생활’,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사업에 과도한 예산 낭비’라는 일부 농민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본지는 난 산업화 성공을 위해 막중한 책임감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김기범 난산업화팀장을 취재하기 위해 화순군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갔다. 김기범 팀장에게 지역민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들을 빠짐없이 전했고 답변을 들었다.

아래는 본지와 김기범 난산업화팀장과의 질의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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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선' 품종의 난을 성공적으로 재배해 상품화가 가능하도록 큰 화분에 옮겨둔 모습.

▲ 난 산업화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얼마인지? 또, 어디에 가장 많이 쓰였는지?

화순군이 농업에 투자하는 전체 예산은 약 1,800억 원 정도입니다. 난 산업화 사업에는 총 32억 원이 투입되었습니다.

시설 조성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습니다. 순수 군 예산 5억 원과 전라남도 예산 5억 원을 더해 약 10억 원이 대규모 춘란 시설 하우스 조성에 쓰였습니다. 약 600평(1,980㎡)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춘란 시설 하우스로, 춘란 재배동과 분양동, 교육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양면, 동복면, 동면에 춘란 재배를 위한 온실을 설치할 예정이고, 3개소 조성에 총 3억 7천만 원의 예산이 잡혀 있습니다. 또, 전라남도 예산 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화순군 내에 약 50평 규모의 난 하우스 22개소를 조성 중입니다. 하우스 조성에는 1개소당 약 5천만 원의 전라남도 예산이 투자되었습니다.

김기범 팀장이 난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난 산업이 다른 특화 작물에 비해 정말 특혜를 받고 있는지?

화순군은 우량 품종을 들여와 경쟁력을 선제 확보하기 위해 종묘 구입에 5억 7천만 원을 투입했습니다. 분양 대상자 및 한국난 재배온실 지원사업 대상자에게 우량 종묘 보급을 지원하며 약 1억 2천만 원을 추가로 들였습니다.

신규 작목을 도입해 소득화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 자금이 필요합니다. 군은 과거에도 미니파프리카, 토마토 등의 특화 작목 종자·육묘 구입에 매년 6~7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이는 춘란 우량 종묘 구입 및 지원에 투입된 예산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분양동 역시 출입할 수 있으며, 농가마다 펜스로 공간을 분리해 보호하고 있다.

▲ 춘란 재배농가 소득 어느 정도 예상하는가?

신규 특화 작목에 대한 우려와 달리 춘란의 재배는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춘란 시설이 4월에 준공되었고, 현재까지 약 3개월 동안 재배한 결과 우량 품종의 배양 및 재배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춘란 재배동을 방문하시면 모촉(母燭)에서 신아(新芽)가 건강하게 새로 돋아나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춘란은 평당 최대 100개의 화분을 재배할 수 있어 작은 면적과 적은 노동력만으로도 소득 창출이 가능합니다. 상품성을 충분히 갖춘 소량의 화분만 출하한다는 가정하에, 재배 면적 5평당 최소 500만 원의 연 소득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 고가의 국산 난,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 있을지?

중국, 대만 등 기후 조건이 적합한 해외에서 저렴한 가격에 수입 난을 들여오는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춘란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이들 걱정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주력으로 재배하는 난은 춘란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 난 시장에서는 서양 난과 같은 크고 화려한 품종보다 동양란처럼 작고 단아한 품종을 더 선호하는 게 요즘 트렌드입니다. 춘란은 가격이 저렴하고 수형이 아름다워 중국, 일본, 대만 등에 수요 시장이 크게 형성되어 있고, 유통 전략에 따라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화순군에서 재배하는 춘란의 거래가는 약 10만 원으로, 중국에서는 동일한 품종이 5배의 가격으로 유통됩니다. 이를 감안하면 출하 금액 면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현재 군에서도 춘란의 수출 및 유통을 준비하고 있으며, 임산물 유통센터 공모 또한 진행 중입니다.

춘란 재배동에서 배양 중인 춘란 화분들.

▲ 난 산업화 사업의 전망?

현재 상황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지역의 유리한 기후 조건과 재배 기술로 춘란의 배양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으니, 남은 절반 역시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교육과 분양, 상품화 및 유통을 철저히 준비할 예정입니다.

지난 5월, 난 재배를 희망하는 41개 농가에 분양동을 임대하고 춘란 분양을 마쳤습니다. 주로 기존에 난을 재배하던 농가나 고령·은퇴 농가 등이 분양을 희망해 선정됐습니다. 또한 농업기술센터에서 작년 8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춘란 재배 기술 기초교육을 시행했는데 참가자가 100명을 넘어섰습니다.

춘란의 품종에 대해 소개하는 팻말이 곳곳에 걸려 있다.

▲ 춘란 대중화 실현 가능성?

자생란을 채취해 기르는 것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자생란 중에서도 돌연변이 품종은 채취 및 재배가 허용됩니다. 특히 꽃의 혀 부분이 무늬 없이 깨끗한 ‘소심’은 벌레를 유인하지 못해 수분이 어렵고, 야생에서 번식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희귀하고 아름다운 품종으로 여겨집니다. 군에서는 이처럼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품종을 집중 배양해 재배하고 있습니다.

난 산업으로 농업을 대체하려 한다는 일부 반발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자생란은 임산물로 분류되고, 춘란은 화훼류로 분류돼 농산물과는 다른 신 소득원입니다. 춘란은 국화와 같은 화훼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화순군은 과거 전남도 내에서 국화 수출의 1번지로서 화훼농업을 선도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저가의 춘란을 유통해 대중화에 앞장서는 것이 난 산업화 사업의 주요 취지입니다.

난 화분 하나하나를 자식처럼 돌보고 있는 김기범 난산업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