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60년 전 유럽은 오늘날과 같은 팬데믹 현상에 휩쓸려 있었다고 합니다. 온 유럽 천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었죠.

만유인력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뉴턴은 당시 트리니티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직후였습니다. 몹쓸 병 때문에 공부를 멈추고 집안에 갇히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요행이랄까, 세상 누가 흑사병 때문에 중력을 알아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할 줄 알았겠어요.

어느 날 친구와 정원에 앉아 사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뉴턴은 무릎을 쳤습니다. ‘세상 모든 질량을 갖는 물질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사과가 지구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사과가 지구를 당기는 동시에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구나.’ 어렵지 않지요?

역사적으로 사과가 말썽을 부렸음은 틀림없습니다. 아담과 하와도 그렇고, 애플 사의 로고도 그렇고,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고 말한 스피노자의 말씀(이 역시 실은 마틴 루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도 그렇고요.

1975년 대덕연구단지 한국표준연구소(현 한국표준연구원) 설립을 위해 일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직원들이 사과나무를 정원에 기념수로 심었다고 들었어요. 요즈음도 사과가 열리는지 소식은 듣지 못합니다. 4년 전 이때쯤 저는 충무로 연구실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인형극 대본을 쓰고 있었어요.

돌고 돌며 반복되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아이작 뉴턴과 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문정기
도곡면 천암리 출생
화순저널 고문
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