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은 연봉으로 얼마나 될까?
<돼지책>, 모두가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하여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책으로 토론만큼 좋은 것 없어
김민지 시민기자입력 : 2023. 12. 31(일) 16:00
그림책 <돼지책>(글·그림 앤서니 브라운, 옮긴이 허은미, 웅진주니어), 2022년, 가격 9,900원)
잘파(Z+alpha) 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20년대 중반에 출생한 세대를 총칭하며, 알파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각종 디지털기기를 접해 능숙하게 사용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동영상과 이미지를 자주 접하는 청소년들이 글을 읽거나 문제를 풀 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한다.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겨울방학 동안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책으로 토론만큼 좋은 것이 없겠다 싶다.

‘톺아보기’는 책을 자세히 살펴보는 과정이다. 책 표지나 그림을 보며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작가는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지 묻고 답하는 시간이다. 의견을 나누다 나만의 더 나은 생각을 도출해보는 시간이다.

그림책 <돼지책>은 가족소개로 시작된다. 피곳 씨와 피곳 부인, 두 아들로 총 4명이다. 피곳 씨는 식탁에서 신문 읽기에 여념이 없다. ‘아주 중요한 회사’와 ‘아주 중요한 학교’에 다니느라 아빠와 두 아들은 집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집안일은 온통 아내이자 엄마의 몫이다. 피곳 부인은 직장생활까지 해낸다. 어딘지 모르게 그녀의 모습에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기까지 한다. 표정도, 얼굴도 보이지 않지만, 글과 그림에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림책. 제공:ⓒ교보문고

결국,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피곳 부인은 쪽지 한 장을 달랑 남기고 집을 떠난다.

“너희들은 돼지야.”라며 벽난로 위에 봉투를 남기고 엄마는 홀연히 사라졌다.
집은 어떻게 되었을까.

따스함이 사라진 집에서 빈자리를 느끼기 시작한다. 지금껏 “여보”, “엄마”라고 외치면 달려와 주던 이가 사라지자 나머지 가족들은 대혼란에 빠진다.

<돼지책>은 사건의 전환을 표현해내기 위한 장치들을 찾아내는 묘미가 있는 책이기도 하다. 집안 속 물건들이 온통 돼지 문양으로 바뀐다. 꽃문양이었던 벽지도, 액자 속에서 있던 엄마의 모습도 사라진다.

남자 셋이서 밥을 짓고 식사를 하지만 어쩐지 엄마 맛이 그리워진다. 결국, 피곳 부인에게 애원한다.

“제발, 돌아와 주세요!”
모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

어린이의 그림책을 어른의 시선으로 보니 다양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대학생이었던 20대에는 막연한 미래가, 30대에는 공감대가, 40대에는 눈높이를 마주할 만큼 자란 아이들과 그림책을 보며 토론할 기회가 생겼다.
온 가족이 함께하면 좋을 토론 활동 : ‘신호등 토론’

그러면 가사노동을 생산 노동으로 보고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지 궁금한 나머지 아이들과 컴퓨터에 물었더니 신문기사가 검색되었다.

전남매일 6월 30일 자 박미정 광주광역시의원에 의하면, “통계청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2014년 기준 연봉으로 계산할 경우 ‘무급’ 가사노동의 1인당 시장가격은 710만 8000원, 이를 전체 국민으로 계산하면 360조 7300억 원이었다(여성은 272조 4650억 원, 남성은 88조 2650억 원). 이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4.3퍼센트에 해당된다.”고 했다.

막상 기사를 보니 나도 놀랐다. “미래 세대를 살아갈 아이들도 언젠가는 엄마가 될 테고,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텐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이 힘들다 보니 결혼적령기가 되어도 비혼 가구가 점차 느는 추세다. 이로 인해 저출생(低出生)도 한 몫하는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경각심을 갖고, 가족 구성원 중 아이들은 엄마를 위해, 아빠는 아내를 위해, 그림책을 소재로 하여 타인의 마음에 공감해보는 시간을 권하는 이유다.

‘직장생활과 집안일을 병행하다 힘들어 집을 나간 피곳 부인의 행동은 올바른 것인지.’

토론 방법의 하나인 ‘신호등 토론’은 색깔 별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초록색은 찬성, 주황색은 중립 의견이나 잘 모르겠음, 빨간색은 반대이거나 다른 의견을 표현해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처음 의견과 같은 의견이거나 중간에 생각이 바뀌어도 괜찮다. 타인의 입장을 살펴보고 의견을 경청해보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된다.

모든 책은 양서(良書)다. 이 세상에 좋고 나쁨은 없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춘풍 니불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날 바미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가 서경덕을 밤새 그리워하며 시를 읊은 것처럼 동짓달 기나긴 밤 밤샘 토론을 가족들과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방방곡곡 김민지 문화평론가
* 네이버 블로그(mjmisskorea) ‘애정이 넘치는 민지씨’에서도 볼 수 있다.
* 방방곡곡은 다양한 책과 문화 속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민지 시민기자

hsjn2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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