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3월 선생님의 길을 걷기 시작해 35년째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른 길을 가도록 인도하고 있는 박재곤 능주고등학교장을 화순저널 인터뷰석에 초대했다. 박재곤 교장을 통해 학생을 대하는 마음, 교사의 길을 가면서 보람된 기억과 제자, 학교를 이끌어가고 싶은 방향 등에 대해 듣고 정리했다.<편집자 주>

---

▲ 학생 맞춤형 활동 프로그램으로 명문대 진학률 높여

현재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학점제는 학년별로 미리 짜여진 시간표에 의해서 수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점이라는 수단을 통해 수업을 운영하는 제도인데,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서 대학을 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실 기존 제도와 학점제는 반대 성향이기 때문에 준비를 하지 않으면 힘듭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수능 대비도 하면서 학점제에 대비도 했죠. 그래서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 경험도 했고, 수능도 잘 대비했습니다. 이것이 명문대학교에서 좋게 평가를 받았고, 많은 학생들이 서울대, 경찰대, 사관학교, 연고대 등으로 진학했고, 올해도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서울대 수시 1단계 합격자가 의예과 포함 10명인데 광주·전남 일반계고 최다 합격입니다. 그리고 경찰대 6명, 사관학교 22명(육사 6명, 해사 2명, 공사 6명, 간호사관학교 8명) 등이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신과 수능 합산을 거쳐 최종 결과가 나오는데 모두들 합격하길 바랍니다. 각 대학교 입시담당자들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생활을 충실하게 한 점과 각자의 진로를 개척한 점을 높이 평가해 생활기록부 등급이 낮아도 뽑는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학교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 덕분이라는 생각이고,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박재곤 능주고등학교장이 교실 설명을 하고 있다.

▲ 한 학교에서 오래 있을 수 있어 학생들에게 더 애정

우리 학교는 사립이기 때문에 전근을 가지 않고 계속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집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더 길죠. 따라서 학교와 학생에 더욱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봐야하는 것들이 있는데, 중간에 그만둬야하는 걱정을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따라서 학생들, 선생님들과 신뢰가 쌓입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하는 활동이 많아지고,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이 진행됩니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로 학교를 신뢰하게 되고, 주변에 추천도 해주십니다. 첫째 자녀가 우리 학교를 졸업하고, 둘째도 우리 학교로 오는 그런 경우도 있는데,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지역사회에 명문학교가 있는 것이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화순하면 능주고등학교를 많이 떠올리는데,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죠. 따라서 학생들과 학부모가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해서 만족도를 높인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자기 주도적으로 미래사회 이끌어갈 창의융합형 인재 기르는 학교

화순 능주고등학교는 1966년 종합고등학교로 개교해 1992년 이중근 박사(현 부영그룹회장)가 본 학교 법인 우정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지금까지 53회 9,397명의 학생들을 배출했습니다.

우리 학교는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주도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 ▲수업을 혁신하고 사랑과 열정으로 제자의 성장을 도와주는 교사 ▲학교와 자녀를 믿고 지지하여 주는 학부모 등이 하나가 되어 미래 지향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참여와 협력으로 모두가 주인공인 행복한 학교를 꿈꾸고 있습니다.

또 학교 구성원이 자율성과 책임 의식을 갖고 함께 참여하는 민주적 학교 문화를 만들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있으며, AI(인공지능)와 SW(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맞춤형 진로지도를 진행합니다.

학생을 살피는 박재곤 능주고등학교장

▲ 사제동행을 원칙으로 다양한 분야 활동 추구

우리 학교는 인성교육이 비교적 잘 구축된 학교입니다. 특히 모든 프로그램은 사제동행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사제동행 동아리, 체육대회, 독서테마기행, 독서인문교육 등입니다. 덕분에 교사와 제자들의 사이가 너무 돈독합니다. 그래서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게 되고 바른 인성 형성에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애플데이, 또래집단 문화 환경 조성, 학생 자치활동을 강화해 바람직한 학교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토요 스터디, 토요예술(밴드, 오케스트라, 댄스부 운영, 보이는 라디오 방송, 버스킹), 스포츠 클럽 운영, 지역민과 함께하는 체육대회, 우정 축제, 동아리 활동, 학교생활에서 함께하기 운동(공부, 놀이, 체험 등), 도서관을 활용하는 다양한 수업 연계 활동을 통해 감성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습니다.

학생들 중 개성이 너무 강하거나 자기 세계에 빠져 학교생활에 소극적인 학생들도 캠핑이나 등산 등 함께하는 활동을 하면 괜찮아집니다. 역시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차별화된 프로그램 통해 명문고로 성장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늘 가슴을 뜨겁게 하는 교육을 해오고 있습니다. 진로 진학 교육을 위한 다양한 연수로 입시 전문가 역량을 키워 왔으며, 젊은 시절부터 이곳에 둥지를 틀었기에 학교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넘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차별화된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 참여형 시설개선을 통한 공간조성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년 많은 학교들이 우리 학교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은 ▲단계별 학력시스템과 맞장구 1:1 학습 ▲영어-수학사랑반 ▲HN(화순군-능주고) 인재육성프로그램 ▲토요문화학교(토요스터디, 토요예술활동, 토요스포츠클럽) ▲명품 5대 프로젝트(독서학술테마-독서토론기행, 인문과학캠프, 거꾸로스팀과학캠프, 아고라학술세미나, 인문사회비전심화캠프) ▲연-고대, 켄텍 등 10여 개 대학연계 프로그램 ▲30여 개의 명품 동기부터 진로진학 프로그램 등입니다.

그리고 3학년 학생들의 수능 이후 프로그램으로 법·금융·노동인권 교육을 전문강사를 초청해 반드시 진행합니다.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고 경청하는 태도가 좋아서 강사분들이 깜짝 놀라십니다. 사회생활에 꼭 필요하기에 학생들이 잘 호응해주고 만족도도 높습니다.

공부 중인 능주고등학교 학생 모습

▲ 부임 후 고1 첫 담임 때 맡았던 학생과 수학·물리 잘했던 학생 기억나

선생님이라고 한다면 역시 제자들에 대한 기억이 강할 것이고, 제자들을 통해 보람을 느낄 것입니다. 1992년 고1 담임 때 맡았던 학생인데, 꽤 모범적인 친구라 저를 잘 따랐습니다. 그랬었는데 2학년 때 갑자기 가출을 해 소식이 끊겨버렸습니다. 2학년 때는 제가 담임이 아니었지만 저도 애가 탔습니다.

주변을 수소문했고, 서울에서 결국 찾았습니다. 그 친구가 3학년 때 제가 담임을 맡아주면 돌아오겠다고 말했고, 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3 담임을 맡았습니다. 이후 학교생활에 충실했고 4년제 전기과를 갔습니다. 현재는 프랑스 계열 제약회사에 들어가서 잘나가는 글로벌 인재가 되었습니다.

이후로도 자주 만나고 있는데, 잘된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학생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만날 생각입니다.

또 행정안전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제자도 생각납니다. 그 친구는 제가 2·3학년 담임을 했었는데 성적을 보니까 20위권 밖이었지만, 수학과 물리는 성적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수학과 물리를 활용해서 서울대 갈 수 있다고 했더니 그 친구는 자기 성적 등급으로 어떻게 서울대를 갈 수 있냐고 물었었죠. 물론 1등급이 서울대를 많이 가긴 했지만 저는 수학·물리와 관련된 활동을 집중적으로 한다면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력하게 제안했습니다. 물리와 관련해서 고등학생이 받을 수 있는 인증 등급이 있었는데 그것도 땄고, 학급 임원도 하면서 생활기록부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러는 한편 성적도 많이 올렸죠. 그 결과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일반 전형으로 합격했습니다. 이후 기술고시에 당당하게 합격했습니다.

그 친구를 통해 전체적인 성적 등급이 낮다고 하더라도 선택과 집중 교육을 통해 명문 대학교에 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대학교에서도 고등학교 생활을 어떤 프로그램을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잘해왔는지 보는 것입니다. 이후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성공하고 있습니다.

▲ 카페처럼 공간 꾸며 편안하게 공부하도록 유도

과학실이나 공부하는 공간을 딱딱하지 않게 카페처럼 만들었습니다. 융합수업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 앞·뒤 어느 쪽이든 수업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한 공간에서 두 과목을 진행할 수도 있고, 한 과목을 함께 들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과목을 진행해도 서로 협업도 가능하죠.

그리고 곳곳에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멀리 있는 도서관까지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책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한 학년이 150여 명 정도입니다. 이들이 모두 들어와서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강당이 있는데 이곳에서 오케스트라, 밴드, 댄스, 음악 등의 공연을 하면 학생들도 아주 좋아해서 뿌듯합니다.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나 프로그램들을 활성화할 생각입니다.

▲ 다양한 분야에서 능주고 명예를 높이는 사람들

능주고 출신들이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 명예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치 쪽에서는 김석봉 화순군의회 부의장이 있고, 법조계에 소병선 변호사가 있습니다. 화순군청에 윤재관 고인돌사업소장 등 능주고 출신이 100여 명 있고, 구현진 도곡면장이 있죠.

또 국세청 출신의 이세형 세무사, 조완석 전남대병원 의사, 박병구 광주은행 화순지점장, 농축협 본부장, 감정평가사, 건축사, 노무사, 사업가 등 많은 사람들이 능주고의 명예를 높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능주고의 명예를 높여주길 바랍니다.

학교 시설에 대해 설명 중인 박재곤 능주고등학교장

▲지역과 사회에 기여하는 아름다운 학교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

저는 제 임기동안 ‘지역과 공생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학교’라는 비전을 가지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또 지역과 사회에 기여하는 아름다운 학교로 성장시키고자 합니다.

먼저 바른 품성 교육으로 신뢰받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관심·존중·배려·책임·절제 교육을 5대 덕목으로 설정하고, 지역사회와 국가에 꼭 필요한 기본이 바로 선 인재를 양성할 것입니다. 또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조화를 이루면서 타인과 소통하는 미래 열매를 맺기 위해 도전·창의·통섭 능력 배양 교육에 힘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래지향적인 창의 융합인재를 양성하고 싶습니다. 미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각종 체험활동을 지원하고, 맞춤형 진로 교육 강화입니다. 아울러 교학상장의 정신으로 감동과 신뢰받는 교육풍토 조성에 혼신의 힘을 쏟아 능주고 발전을 위하여 작지만 단단한 디딤돌이 되어 맡은 바 소명을 다하고자 합니다.

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능주고등학교 대강당 모습

▲ 길을 제시해주는 이정표 같은 선생님이 되길

먼저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것보다 가리키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 지식전달자가 아닌 길을 제시해주는 이정표 같은 선생님이 되었으면 합니다. 학생들은 개인이 아니라 함께하는 구성원으로서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풍부한 문화감수성을 갖고 뚜렷한 목표 의식으로 큰 꿈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교육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역민들이 한마음으로 애정을 갖고 교육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들은 오로지 자존감 하나로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부추기는 일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극히 소수 교사의 잘못된 행위로 절대 다수의 선량한 선생님들이 함께 매도되는 현실이 지속된다면 정부가 추구하는 행복한 학교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교육자로서 학생들이 바른 길을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