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만 있고 지방은 없다.’, ‘대도시만 있고 지역은 아예 없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 절반 이상이 살고, 지방으로 가면 시, 도, 군청 소재지에 인구 대부분이 몰려있는 나라, 이것이 OECD에 포함된,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을 오르내리는,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 자화상이다.

농촌 마을들은 아기 울음소리는 고사하고, 20~30대 젊은이들은커녕, 40~50대도 거의 보기 어려워 그야말로 ‘자연양로원’이 되어가고 있으며, 면 지역사회도 기능이 거의 정지되어 가는 실정이다. 마을 구멍가게들은 깡그리 없어지고, ‘농협하나로마트’ 정도가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유일한 가게인 곳이 대부분이다. 고유한 문화유산이나 전통들도 모두 사라지고, 그저 TV가 유일한 문화 향유의 수단일 뿐이다,

20~30억씩 투자하여 지어놓은 ‘복지회관이네 무슨 무슨 시설이네’ 하는 것들은 1년에 겨우 며칠씩 사용하고 내내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면 전체에서 1년에 아이들 1~2명 태어나는 꼴도 보기 어려워, 혹시 어느 마을에서 아이가 한 명 태어나기라도 하면 축하 현수막까지 걸어주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래서 면 지역 학교들은 대부분 전교생이 20~30명 정도로 폐교 수준에 진즉 가 있다.

내가 사는 면은 40~50대 젊은이(?)들이 20~30명 정도인데, 이들이 대부분 트랙터, 콤바인 등 농기계를 가지고 각 마을 농사를 도맡아 지으며, 이장이나 영농회장 등 이런저런 직책들을 맡고 있어서 농촌지역 지배질서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역대정권은 거의 안락사 수준에 지나지 않는 지역과 농업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지역소멸대응기금’은 젊은이들이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지역으로 만드는 데보다, 지자체장 공약실현 예산 등이 되어 소멸 대응과는 상관없는 곳에 대부분 쓰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안일한 대응을 하는 속에서 지역소멸은 이미 코앞에 다가와 있다. 지역을 이처럼 처참하게 망가뜨려 놓고도 한국사회가 어떻게 온전히 지속가능할 수 있겠는가?

이런 가운데 다행히 한 켠에서는 소멸위기 농어촌 지역에 대해서 정부와 자치단체가 최소한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해 주는 ‘농어촌기본소득’ 운동이 벌써 수년째 벌어지고 있는데, 그 성과로 새 정부가 이를 내년에 전국 6개 시군에서 시범사업으로 도입한다고 한다.

이 운동은 농어촌 지역을 지키고 있는 모든 주민에게 매월 일정액의 현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운동이다.

국토 균형발전, 극심한 양극화 해소, 먹거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식량안보에 대한 불안, 그리고 몰락해 가는 농어촌 지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삶의 보장,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빈부, 연령, 성별, 직업 등을 따지지 않고 모든 주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 주는 이 정책이 소멸위기에 처한 농어촌 지역의 몰락을 막아주는 절대적인 해답이 될 수는 없어도 제발 유력한 수단이 되기를 바란다.

이른바 ‘백약이 무효’인 상황으로 치닫는 위기 속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하여 보다 실효적인 지역소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새로운 민주정부의 가장 우선적인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성인
농민
화순사람들협동조합 준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