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에 사진이 올라온 것을 본다. 여느 때와 같은 작품 사진이 아닌, 특별한 인물 사진이다. 함께 작품 활동을 했던 분들의 사진인데, 그분들은 이미 고인이 된 분들이다. 그 사진을 보며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인생의 의미와 묘미는 무엇일까? 덧없는 삶 속에서도 덧 있음을 찾으려 애쓰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진다. 시간은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다. 순간의 여정을 알차게 보내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저마다 다른 생의 길에서 어디를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기쁨을 느껴야 할지, 각자의 시각이 다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누구나 그 시간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홀로 미국 서부와 캐나다, 알래스카를 잇는 대륙 종단 중인 70세의 누님께서 SNS로 여행지의 모습들을 글로벌 가족 단체 대화방에 실시간으로 보내왔다. 가족 방에는 독일, 미국, 호주, 뉴질랜드, 알래스카, 한국, 식구들이 있다. 한때 양림동에서 모두 함께 살았지만,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친척이다. 어린 시절, 양림동 집 화단에 핀 채송화보다, 키우던 토끼보다, 햇살에 씨앗이 투명하게 보이는 청포도 보다 더 큰 감성을 주었던 것이 바로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 살아가는 친척들이었다.

여행 스케치로 보내온 사진 한 장을 유심히 한참 보았다. 빨간 글씨로 이름들이 적힌 팻말 사진이었다. 그 이름들은 어머니, 이모, 외할머니를 비롯한 수많은 친족 이름이었다. 왜 내 이름은 없을까? 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며 서운해하다가, 갑자기 흠칫 놀랐다. 그 이름들은 먼저 가신 가족들의 이름이었다. 캐나다의 유명한 동산(sign post forest)에 팻말을 세우고 소원을 빌었다는 사진을 보며, 중첩되는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이렇게 많은 친척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사실에 숙연해지고 허무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분명 바로 옆에 있었던 다정한 가족들이었는데, 이제는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인간의 존재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느낀다. 들꽃이 피었다가 찬바람에 사라지듯 모든 것의 시간도 그러하다. 감정이 폭발적으로 차오르지만,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간다. 그 길을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 오늘 나의 길은 어디로 향할까? 다른 사람들의 길은 어디로 이어질까? 결국 한 지점을 향해 가는 길인데,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우리들의 몫이며 그 길에 진심을 담아 걸어가야 한다.

길 위에서 살아가는 삶이란 무엇이고, 시간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존재는 어디에서 비롯되어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생의 각자 길에서, 각자의 속도와 각자의 방식으로 열심히 걸어간다. 결국, 삶이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우리는 그 속에서 나름의 길을 찾아 걷는다. 매 순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그 선택이 모여 우리의 삶을 이룬다. 중요한 것은,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가느냐는 것이다. 그 순간을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참된 의미일 것이다.

2024년 8월, 나는 걸어가는 중이다. 이 여정에서 나는 과거를 되새기고, 현재를 음미하며, 미래를 향한 희망을 품는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 나누며,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시간이 덧없이 흐르는 듯해도, 그 안에는 우리가 남긴 발자국이 있고, 그 발자국이 모여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길을 간다. 삶은 순간의 연속이다. 그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길이 되고,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그 이야기가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프더라도,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다. 중요한 것은 길의 선택이다. 오늘도 우리는 길 위에서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