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가장 깊은 파란색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가장 정직하게 비춘다. 이 작품은 그 고요한 순간을 붙잡으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바람이 잠들고, 파도 소리가 멀리서만 미세하게 들려오는 시간. 한 사람의 실루엣은 어둠 속에 머물러 있지만, 그녀의 모습을 감싸는 노란빛은 마치 오래된 기억의 한 조각처럼 남아 있다.

작품 속 풍경은 현실의 장소라기보다, 마음의 지층에 쌓여 있던 어떤 감정의 풍경에 더 가깝다.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하얀 집들과 구름, 희미하게 흔들리는 해안선은 모두 ‘기억의 거리’를 나타낸다. 밤을 끌어안은 바다는 말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가로등 아래 홀로 선 인물은 그 앞에서 조심스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나는 이 그림에서 빛과 어둠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표현하고자 했다. 직선적인 형태와 묵직한 붓질, 그리고 점묘에 가까운 촘촘한 질감은 그 떨림의 결을 담기 위한 선택이다. 바라보는 이는 어둠 속 인물의 뒷모습이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세계의 온도와 고독, 그리고 미세한 희망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작품은 결국 한 장면을 통해 묻는다.

“우리는 어떤 순간에,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


일반인들이 볼 수 없는 작가명이 암호화되어 그림 속에 삽입되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