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태양이 하늘을 휘감는다. 그 아래, 한 남자가 눈을 감고 있다. 그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푸른 눈물은 이질적으로 빛난다. 그 눈물은 땅을 적시고, 마침내 한 송이 장미를 피운다. 대지의 끝에서 피어난 붉은 장미는 마치 묵시록 속 한 줄기 구원처럼, 고요하되 단호하게 말한다.

“슬픔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 그림은 단순한 상징의 나열이 아니다. 철저히 내면화된 세계다. 색채는 비명을 지르듯 강렬하지만, 형태는 침묵에 가깝다. 남자의 얼굴은 조각처럼 정적이고, 강은 유약하지만 생명력 있는 곡선이다. 구성은 고전적 균형이 아니라 감정의 중력에 따라 배치되었다. 태양은 중앙이 아닌 위쪽에 몰려 있고, 그 아래 얼굴과 장미, 강줄기는 감정의 궤적을 따라 아래로 흐른다. 이는 상승이 아닌 낙하, 곧 반성과 침잠,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생명성을 형상화한다.

눈물과 강의 연결은 자연의 물리적 ‘물’이 아닌, 감정의 유체다. 눈물은 정서의 해체가 아니라, 존재를 재구성하는 흐름이다. 그 강이 대지를 가르며 흐를 때, 우리는 정서적 윤리성을 마주하게 된다.

장미는 단순한 상징을 넘는다. 그 붉음은 인공이 아니라 내면의 진실이며, 위치는 가장 낮지만 중심이다. 그림은 말한다.

“진짜 생명은 눈물 아래서 자란다.”

이것은 통속적 감성의 꽃이 아니라, 감정의 정직함이 빚은 형이상학적 결정체다. 태양은 이 모든 사태의 배경이자 원인이며, 동시에 침묵하는 관찰자다. 붉게 소용돌이치는 태양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구체적 현실의 시각적 전환이다. 폭염과 혹한을 반복하는 지구의 무언의 경고. 인간이 더는 부정할 수 없는 증상이다.

우리는 모두 이 얼굴을 가지고 있다. 무감각한 문명의 말로 앞에서, 이제야 비로소 눈물을 흘리는 존재들. 그리고 묻는다.

지금 이 눈물은 늦은 것일까, 아니면 단 하나의 가능성일까?

그림 속 침묵은 언어보다 급박하고, 그 슬픔은 미화되지 않은 채 진실의 얼굴로 다가온다. 우리는 지금, 눈물을 흘릴 준비가 되었는가. 그리고 그 눈물이 한 송이 장미를 피우기에 충분한 진심인가.

예술은 답하지 않는다. 다만, 끝내 묻는다.

Han Kwangyon, 2025, 불타는 7월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